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메말라 죽어버린 것 같던 산천초목들이 초록의 싹과 잎을 뿜어내면서 생명의 기운을 용솟음치게 한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기나긴 겨울을 움츠려 지냈지만, 이제는 생기를 되찾아 활동적인 삶의 계획을 세우고 운신의 폭을 넓힐 때다.■춘곤증
매년 이 맘 때면 피곤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부쩍 늘어난다. 이런 환자는 진찰과 몇 가지 검사를 해봐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굳이 병명을 붙이자면 춘곤증(春困症)이다. 겨울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몸도 허약해지기 마련. 이런 빈약한 몸으로 길어지는 낮시간 동안 활동량이 늘고 휴식과 수면이 부족해 지면 춘곤증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면서 계절에 적응해 가면 점차 피곤함을 잊게 된다.
신체적인 수고의 결과로 찾아오는 피곤은 괜찮지만, 뚜렷한 원인 없이 찾아드는 피곤은 고민거리일 수 밖에 없다. 드물지만 간염, 당뇨병, 폐결핵, 빈혈, 갑상선질환, 암 등의 초기 증상으로 피곤이 나타날 수 있다. 우울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 원인에 의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피곤함을 느끼게 되면 단순한 춘곤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한 번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스트레스 봄이 되면 직장마다 인사이동으로 한 바탕 술렁인다. 가족 중에 입학, 졸업 등으로 사회적 위치가 변하거나 이사를 가는 경우도 많아진다. 이런 환경의 변화는 때로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해 두통, 소화성 궤양, 소화관 운동장애, 불면증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할 줄 알아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들을 분산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
■알레르기
날씨가 따뜻해지면 바깥 외출이 늘어나기 마련. 먼지나 나뭇잎 부스러기, 꽃가루, 동물의 털 등이 바람에 날려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피부염, 천식 등을 유발하기 쉽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물질을 피하는 게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는 항히스타민제 등 보조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봄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생존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한다. 이런 미생물들이 기승을 부리면 어린이들 사이에 홍역, 수두, 수족구병, 볼거리, 전염성 농가진 등 많은 전염병이 유행한다. 따라서 미리 예방접종 기록을 살펴보고 질병이 유행하기 전에 접종을 마치는 게 좋다.
■감기
봄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심해 감기도 유행한다. 감염되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발열, 두통, 전신 쇠약감, 근육통, 기침, 인후통, 콧물, 코막힘 등 증세가 다양하다. 합병증으로 기관지염이나 폐렴, 축농증, 중이염이 올 수도 있으므로 감기가 1주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평소 균형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휴식을 통해 신체 방어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만성질환
날씨가 풀리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만성질환자가 갑자기 운동량을 늘리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운동 횟수와 강도를 서서히 높여야 한다. 가능하면 동료와 함께 운동을 하되 정기적으로 담당 의사의 진료를 받고 지시에 따르는 게 좋다. 운동에만 치중해 평소 복용하는 약을 소홀히 해서도 안된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몸을 한 번쯤 점검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조기에 질병을 발견해 치료하면 가래로 막을 것을 호미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현림·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