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아이들이 욕조 안에 물을 받아놓고 노는 건 좋아하면서 샤워만 시키려면 물이 뜨겁다느니 눈에 물이 들어간다느니 하면서 꼭 징징거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괜찮아, 참아, 금방 끝나, 그것도 가만히 못 있니? 이 정도로 왜 그래?…”등이 전부였다.씻기는 것을 포기하든지 해야지 힘이 쭉 빠져버리곤 했다. 그것도 두 아이를 씻기고 나면 무조건 눕고만 싶은 심정이 든다. 쉬는 날 아빠도 두 아이 씻기기를 맡으면 달래다가 협박이 나오고, 그러면 꼭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하나는 주형이가 혼자 샤워를 해보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를 씻겨보도록 한 것이다. 내가 거꾸로 샤워를 당해보니까 왜 아이들이 싫어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품어나오는 물줄기가 피부에 닿는 느낌은 아이들에게 있어서는 좋지않은 느낌 일 수도 있고, 예측할 수 없는 물줄기가 왠지 불안할 수도 있다. 주형이는 신이 나서 엄마에게 샤워기를 뿌려댔고 나는 꾹 참으며 있었더니 주형이 왈 “우와~ 엄마. 굉장히 잘 참는다.”
다음부터는 아빠가 개발한 다리미판에 누워 머리감기를 하고 받아 놓은 물에서 실컷 놀게 한 후 자기 몸에 비누질을 해보도록 하고, 샤워를 혼자 하되 마무리만 해주었다.
거꾸로 해보면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 하루 중에 한 번은 내가 아기가 되고 주형이는 아빠, 지인이가 엄마가 되어(주형이가 엄마, 지인이가 아빠가 되기도) 논다. 그러면 엄마로써 아기인 나 에게 이것저것 시킨다.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려라. 여기와서 엄마를 도와주렴…”등등. 그러면 “네”하고 그대로 한다. 만약 대답이 시원치 않으면 “네, 해야지!”라는 핀잔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이를 닦으러 가거나 외출하고 와서 손 닦는 일 등 하기 귀찮은 일을 해야할 때 거꾸로 내가 “주형아, 엄마 이 안 닦고 자면 안될까? 너무 졸립다. 그냥 자고 싶당~”하고 누우면 주형이랑 지인이 눈이 커지면서 그동안 내가 자기들에게 해댄 이를 닦아야 하는 이유와 온갖 설명들을 해대며 일어나자고 손을 끌어당긴다. 그러면 마지못해 목욕탕에 가서 이를 닦으며 “주형아, 너는 이닦기를 굉장히 잘 하는구나. 엄마 안 닦으면 주형이가 혼내주고 엄마 꼭 닦으라고 얘기해 줘. 엄마 이 썩으면 안되거든. 알았지?”라고 얘기해 준다.그리고 주형이는 엄마 칫솔을 가지고 나를 닦아주라고 하고, 나는 주형이 이를 닦아주었다.
엄마라고 아이들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특권은 없고, 또한 아이라서 꼭 당하고만 있으라는 법도 없다. 거꾸로 당해보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김숙경·육아정보지‘보금자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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