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에 대한 북한측 반응을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북한도 내심 반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국제무대에서 흡수통일을 배제하고 남북경협을 활성화하겠다는 남한 최고당국자의 공개선언은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에 빠진 북한이 고대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계기로 현재 추진중인 민간경협의 가속 페달을 밟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특사교환 등 당국회담 제의에 대해 당장 호응해 올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국자들은 “남북간 실질협력 관계의 증진으로 당국대화가 절실해진 데다 한반도 정세도 정상간 고위급 특사교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낙관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긴 하다.
하지만 북한은 1998년 2월 김대통령 취임사를 통해 특사교환을 제의받은 이래 아직까지 긍정적인 입장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또 올해 들어 방북한 남측 경협관계자들에게도 당국회담의 필요성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매년 2월에 내놓는 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를 통한 대남제의 카드도 아직 꺼내지 않는 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대미 관계정상화 협상과정에서 남북대화의 진전이 필요한 상황이 올 경우 우리측 제의를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
특히 일부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베를린 선언중 북한경제회복 지원분야에 제한적으로 호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북측이 정치대화보다는 실질적 소득이 있는 경제대화를 선호하는데다 남측 제의를 받은 북측 당사자가 민간기구의 ‘모자’를 쓴 아태평화위여서 체면을 구기지 않고 지원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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