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보로 호르스트 쾰러(57)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총재를 새로 낙점함에 따라 IMF총재 후보 선출을 둘러싼 미국-유럽간의 갈등은 일단 수그러 들었다.아직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IMF 최대 지분국인 미국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이 남았지만 그의 총재직 선출이 유력시되는 분위기이다.
유럽은 ‘쾰러 카드’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EU 순번 의장국인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지지의사를 밝혔고, 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도 “쾰러 인선에 만족한다”며 EU의 지지를 얻는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줄리아노 아마토 재무장관을 밀고 있는 이탈리아가 걸림돌로 남아있지만, 대세에는 큰 변수가 안된다는게 중론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신중하다. 쾰러 카드가 나온지 하루가 지난 8일까지도 “그에 관한 자료가 없다”는 말로 공식입장을 대신하고 있다.
현지 분위기는 미국이 유럽측 후보 교체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추가로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까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례에 따라 유럽이 IMF 총재를 이어가야 한다”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최근 발언도 이같은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1998년 5월부터 EBRD를 이끌고 있는 쾰러 총재는 도중하차한 카이오 코흐_베저 재무차관보다는 중량급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1990~93년 재무차관을 지냈고, 특히 1990년대초 EU의 경제·화폐 통합을 도출해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동·서독 단일 화폐안도 그가 실무총책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헬무트 콜 정권때는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국제회의에 콜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최측근에서 경제 자문역을 해왔다.
반면 정치적으로는 중립적 입장을 지켜와 이점이 기민당 소속이면서도 사민당 정권의 신임을 얻게 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견상 인선파문은 수습단계에 접어들었지만 IMF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IMF 역할론’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상이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IMF의 역할을 대폭 축소해 재정지원 등의 위기관리 기능만 부여하자는 미국의 ‘소방차론’에 대해 유럽은 개발업무 기능까지 포괄하는 ‘강한 IMF론’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저에는 세계은행(IBRD)을 이끌고 있는 미국이 국제금융의 무게중심축을 IBRD로 끌어오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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