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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참을수 없는 '청춘의 경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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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 참을수 없는 '청춘의 경박함'

입력
2000.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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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너희집 안방이야. 뭐하는 짓이야" 하는 목소리가 목구멍까지 나오는 것을 참느라 얼굴이 달아오르고 숨결마저 가빠진다. 등에 책가방 같은 것을 멘 젊은 남녀가 꼭 끌어안고 서 있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어서 남자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손은 허리를 힘껏 끌어안고 있다. 남자의 한손은 여자의 등을 쓰다듬는다. 때때로 여자가 얼굴을 쳐들어 남자의 얼굴에 맞대고 뭐라고 속삭이다가 좋아 죽겠다는 듯 더욱 힘껏 끌어안고 얼굴을 남자의 품에 묻는다.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2월 18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안에서 연출된 모습니다. 눈을 감았다. 차마 뜰 수가 없었다.

젊은 남녀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같아야 하고 젊음은 역시 좋구나 하며 부러워해야 할텐데 왜 내눈에 핏발이 서고 분노해야하는가.

눈을 떴다. 그 사이 그들은 차에서 내리고 없었다. 옆자리에 40대 초반의 아줌마가 한 분이 앉아 있었다. 망설이다가 말을 걸었다.

"아주머니, 조금 전 젊은이들 하는 짓 보셨지요." "예"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가요." "아니, 내가 나이가 들어 그런지 영 보기 안좋고 울화통이 치미는데 아주머니는 어떻게 보시는가 해서요." "아, 젊은 사람들이 좋아서 자기들 감정을 표출하는데 뭐가 어ㅌ?~." "그래도 그렇지, 으슥한 공원 구석도 아니고 사람이 타고있는 지하철 속에서 너무 한 것 같지 않아요." "요즘 젊은사람들이 시간에 쫓기다보니 이런 데서도 그렇게 하겠지요."

이럴 수가. 나는 내 말에 은근히 동조해주기를 바라고 했던 말인데 완전히 나를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밀어버리고 마는게 아닌가. 내 생각을 합리화시키고 부글거리는 분노를 좀 안정시키려고 시도했던 것이 타는 불에 기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정말 내 생각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받기 어려운 편협한 것이란 말인가.

물론 오늘 처음 그런 장면을 본 건 아니다. 지하철을 타다보면 가끔 보는 광경이다. 그런 날 저녁,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본다. "저희들은 그런적 없어요. 공공장소에서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아버지, 그런 애들 보면 못 본척 하세요. 공연히 야단쳤다간 큰 봉변당해요." 사실은 오늘도 자식들 말이 생각나 끙끙대며 참은 것이다.

요즘 나이먹은 우리를 쉰세대라고 부른다. 나이를 먹었으니 몸은 그렇다치고 정녕 생각마저 쉬었단 말인가. 서산에 넘어가는 해를 보며 걷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왜이리 무겁기만 한고. /김중섭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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