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풀섶의 세레나데'소음에 지친 도시를 탈주하지 못한다면, 자연의 소리라도 벗삼아 보는게 어떨까. 10일(금) 오후 8시 EBS가 방송하는 ‘풀섶의 세레나데’는 시청자를 자연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곤충들의 울음을 중심으로 곤충의 세계를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1월 EBS가 방송했던 자연다큐멘터리 ‘논’이 최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제8회 지구환경영상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프로 그램 연출을 맡은 사람은 국내 최초의 카메듀서(카메라맨과 프로듀서의 합성어)로 이름 높은 이의호. 미술을 전공한 카메라맨 출신답게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하는 그가 만든 두번째 작품이다.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이 DDR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대도시의 각종 기계들이 만들어내는 소음 장면에 이어 화면은 갖가지 곤충들이 사는 숲속으로 옮겨간다. 도시와 인간의 소리의 대비다. 화면은 곧장 곤충들의 울음소리로 뒤덮인다. 울음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 민족 특유의 한(恨) 정서에 기인한 표현일 뿐 사실은 짝을 얻기 위한 세레나데, 즉 ‘사랑가’이다.
‘띵띠리딩 띠리디리딩’ ‘스르륵 스르륵’ 수컷이 암컷을 얻기 위해 속삭이는 곤충들의 세레나데엔 때론 신비로울 정도의 아름다운 화음이 담겼다. 이PD는 곤충의 소리를 정확히 포착하기 위해 집음기가 부착된 특수 마이크를 따로 제작해 사용했다. 프로그램 말미에는 아무런 인위적 음향없이 오직 곤충들의 소리만 10분 동안 들려준다. 긴꼬리, 알락귀뚜라미, 중베짱이, 방울벌레 , 큰홀쭉귀뚜라미 등 20여종의 곤충들이 내는 소리를 자연 그대로 한번 느껴보란 뜻이다.
비단 소리 뿐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이 PD가 직접 렌즈를 갈아 만든 미세생물 촬영용 특수 카메라는 곤충들의 세계를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담았다. 호랑나비 유충의 부화 장면, 중베짱이가 꽃을 갉아먹는 모습, 늦반딧불이가 꼬리 끝에 달린 발광기로 암컷을 부르는 모습, 여치가 두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내는 모습 등이 섬세하게 포착됐다.
지난해 3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 9개월 동안 강원도 영월 동강, 충청도 해안 주변의 초지, 제주도 한라산 등지를 누빈 끝에 완성됐다. ‘논’을 촬영하면서 우연히 듣게 된 ‘찡찡 지르릉’ 하는 큰홀쭉귀뚜라미의 소리에 매혹된 것이 이번 다큐 제작의 계기였다.
이 PD는 “인공의 소리에서 벗어나, 점점 잊혀지는 자연 그대로의 소리에 한 번쯤 귀기울여 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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