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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심리적 상처 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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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심리적 상처 헤쳐

입력
2000.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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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은행나무 '유리의 성'“한 부인이 나를 찾아 왔다. 그녀는 이름 밝히길 거부했다. 그녀가 나에게 털어 놓은 이야기는 차라리 고해 성사였다.” 세기말의 음습한 공기와 제 1차 세계대전의 예감이 불길하게 교착돼 있던 1913년.

세계적 심리학자 칼 융에게 미모의 여인 마그다가 찾아 와, 끔찍한 진실을 털어 놓는다. 그녀가 남편을 목졸라 죽이기까지의 이야기다. 암울한 심리적 상처를 헤쳐 들어가는 극단 은행나무의 ‘유리의 성’.

방종한 남자 관계를 가져 왔던 그녀는 친구의 애인을 유혹, 남편으로 만들었다. 바로 그가 고환암에 걸리자, 외과의사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편의 환부를 직접 적출한다. 그러나 병세는 악화해 가자 그녀는 고통에 겨워하는 남편을 목졸라 죽이고 만다.

그같은 신경증적 행동을 파헤쳐 가던 정신과 의사 융에게 뜻밖의 사태가 벌어진다. 사춘기 때 남선생에게 성적으로 폭행당했던 데서 생긴 심리적 상처가 생채기를 드러내고, 그는 번뇌한다. 이 모든 사건이 의사와 환자, 둘만의 대화와 연기로 풀어진다. 칼 융의 실제 상담일지를 근거로 만들어진 극이다.

지난해 극단 사하가 ‘용서’라는 이름으로 국내 초연했던 작품이다. 암울하고도 격렬한 심리적 궤적에 촛점을 맞춰, 당시는 잔혹극에 가까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실적 무대에 대사도 감성적으로 처리, 두 사람의 아픈 과거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고 연출자 이영석씨는 밝힌다. 모리스 웨스트 작.

초연때 마그다로 분했던 탤런트 허윤정이 다시 출연, 원숙해진 연기를 펼친다. 1997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을 탔던 유태웅이 맞상대로 나온다. 10- 4월 23일까지 은행나무극장. 금 오후 7시, 화 목 토 일 오후 4시 7시, 월 수 쉼. (02)3672-6052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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