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머리를 빡빡 밀었다고 별스러울 것도 없다. 요새는 그렇다, 두어 해 전만 해도 달랐지만. 무용가 안은미(38)가 뉴욕에서 날아와 서울에 나타났을 때, 빡빡머리가 화제가 됐다. 눈에 번쩍 뜨이는 원색의 치렁치렁하거나 너덜너덜한 치마, 주렁주렁 걸친 목걸이, 큼직한 유리 반지, 야광색의 크고 넓적한 운동화…. 유치찬란한 그런 차림새도 입방아에 올랐다. “왜 그러고 다니냐”니까 답이 아주 간단하다. “편해서. 어울리니까.”1998년 7년 만에 서울에서 ‘무덤’ 연작을 발표하자 극장이 뒤집어졌다. 놀라운 에너지로 미친 듯이 춤추는 그의 모습은 관객을 열광시켰다. 1999년 ‘무지개다방’도 한참 화제가 됐다. 다시 시끄럽게 됐다. 이번엔 ‘빙빙_회전문’이다. 13-15일 오후 8시 서울의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시간 10분 동안, 회전문처럼 돌고 도는 인생과 시간의 역사를 춤으로 펼친다.
“‘무지개다방’은 짬뽕이다. 온갖 요소가 어지럽게 등장한다. 반면에 ‘빙빙_회전문’은 깔끔하게 정돈됐다. 왜, 막 어지르고 싶을 때가 있고 그러다 보면 정리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냐.”
그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나오고 활동하다 1992년 바다를 건너갔다. ‘아무도 모르는 데서 내 맘대로 실컷 춤추기 위해서’였다. 거기서 무용단을 만들어 5년째 가을마다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뉴욕에서 온 외국인 단원 세 명도 참가한다.
“울고 웃는 건 하나다. 그런 코미디를 하고 싶다. 춤도, 사는 것도 그렇게.내 색깔을 찾으려 끝없이 탐구하고 놀면서. 생긴대로, 정직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뿐이다."
거침 없고 솔직하다. 무대에서 춤출 때면 ‘꼬리뼈에 성냥불을 댕긴 듯’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천상 춤꾼이다. 공연문의 (02)2272-2153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