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日원작 포맷도입 본격화우리 방송계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는 일본 방송 프로그램의 표절 문제다. 그러나 이제 방송사들이 표절 대신 일본 작가의 원작을 방송하거나 포맷 사용료를 지불하고 일본 프로그램 형식을 차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일본 연출자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합작 형식의 드라마 제작 등으로 일본 문화가 안방에 전달되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의 마지막 보루는 방송. 그래서 방송사의 일본 프로그램 차용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MBC는 4월 14일 방송할 ‘베스트 극장’ 400회 특집으로 일본 작가 아사다 지로의 단편소설 ‘천국까지 100마일’을 드라마화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판권계약을 맺었다. 아사다는 현재 국내에서 인기리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 ‘철도원’원작자. ‘천국까지 100마일’은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재기 불능에 빠진 중년 남자가 심장병에 걸린 어머니를 구하려는 여정에서 삶의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MBC 관계자는 “작품 내용이 우리 정서에 맞아 특집 단막극으로 결정했다. 국내소설 판권 수준인 500만원선에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일본 소설의 판권을 구입해 최근에 드라마화 한 것은 SBS가 지난해 8월 방송한 수목 드라마 ‘퀸’. SBS는 일본 집영사가 출간한 시노다 세츠코 소설 ‘여자들의 지하드’를 드라마로 내보내 높은 인기를 얻었다.
2월말에 끝난 MBC 오락프로그램 ‘이브의 성’은 한국 방송사상 처음으로 일본 방송사에 프로그램 포맷 사용료를 지불하고 형식을 도입한 것이다. 일본 후지TV의 ‘연(戀) Boy 연(戀) Girl’ 을 매회 일정액의 사용료를 주고 아이디어를 차용했다.
직접 일본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도 있다. MBC가 1일 3·1절 특집으로 방송한 ‘그 눈물을 잊을 수 없다’ 는 일본 영상기록센터 우시야마 준이치 PD가 제작한 것이다. 일제의 만행을 경기 화성 주민들을 중심으로 보여준 ‘그 눈물은…’ 은 기획 제작 연출 리포팅까지 모두 일본인이 담당했다.
한일 합작형태로도 일본 문화가 안방으로 유입될 예정이다. MBC프로덕션은 최근 도쿄(東京)에서 TBS 방송과 계약을 체결하고 한일 합작드라마를 제작키로 합의했다. 2002년 MBC를 통해 방송될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Friends)’의 여자 주인공은 일본 여배우 교코 후카다가, 남자 주인공은 한국에서 맡기로 한 청춘 멜로물. 연출 및 주연배우는 양국에서 반분해 담당하지만 극본은 일본 오카다 요시카즈가 집필한다.
직간접적인 일본 방송과 문화의 도입에 대해 전문가와 시청자의 찬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일본 방송개방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우리 방송사가 앞장 서 도입하는 것은 일본의 한국 문화잠식을 초래하는 상업적인 처사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문화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일본 방송과 문화를 수용해 적극적으로 한국 방송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긍정론을 펼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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