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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나가는 지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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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막 나가는 지역주의

입력
200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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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운동이 막가파식으로 치닫고 있다. 뜀뛰기 경주에서 출발신호가 울리지 않았는데도 선수들이 뛰쳐 나가 제멋대로 내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법과 규칙도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지도 경쟁을 위해 일부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금기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다.5일 민국당의 두 후보가 부산과 대구에서 한 말은 정치인으로서 최소한 지켜야 할 금기를 깨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출발이 늦은 민국당 사람들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부산 시민을 향해 『여기서 신당이 안되면 영도다리에서 다 빠져 죽어야 한다』고 막말 하거나, 대구 시민을 향해 『중부권은 다 물건너 갔으니 TK와 PK가 협력해야 영남정권을 만든다』는 식의 선동적 발언은 참았어야 했다.

부산과 대구등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말을 했지만 아마도 두사람이 같은 의도를 갖고 한 말이라는 인상이 짙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들의 말이 정치문제로 비화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며, 오히려 문제가 확대되기를 바랐을 것으로 추측된다.

92년 대선때의 초원복집 사건처럼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영남권 민심이 자신들에게 응집되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만약 사실이라면 그들의 계산은 다분히 공작적으로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지역감정 조장 행위는 그 목적이 단지 눈앞의 의석확보에 있다 할지라도, 그로인한 후유증이 점차 치유불능의 상태로 깊어진다는 점에서 반역사적 행위라 할 만하다. 두 사람의 말대로라면 영남당이 있어야 하듯, 다른 권역에도 당이 하나씩 나와야 하며 결국은 나라가 4분5열 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남정권 창출론」도 그렇다.

나머지 지역은 영원히 정권의 들러리라는 말인지, 어떻게 생각해도 드러내놓고 할 말은 아닌 것이다. 민주국민당은 자신들이 전국정당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에게 지역당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역감정을 덧나게 하지 않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아예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지역감정 조장 발언을 하면 언론은 보도하고, 그러면 지역의 민심이 반응을 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이제 끊어져야 한다.

정치권 언론 모두 치지도외(置之度外)시 하는 법을 지금부터라도 강구해 볼 만하다. 지역감정 문제와 관련, 검찰이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검찰이 개입하면 오히려 본의와 달리 지역감정의 「바람」을 일으키는 촉매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신중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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