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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라 베껴" 인터넷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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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껴라 베껴" 인터넷 부작용

입력
2000.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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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교육의 적(敵)?’최근 인터넷을 이용한 ‘과제물 베끼기’가 대학생은 물론, 초·중·고교생에게까지 급속 확산, ‘학교교육이 인터넷 표절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숙제와 리포트서부터 학위논문, 심지어 일기까지 마구잡이로 다운받아 베끼는 일이 각급학교에서 거의 일상화하고 있다.

서울 S초등교 교사들은 지난 학기 경주 수학여행을 다녀온 뒤 5학년생들이 숙제로 낸 기행문을 받아보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이 경주 유적지 관련 인터넷에 들어가 불국사와 석굴암 사이트의 내용을 천편일률적으로 ‘조합’해낸 것들이었기 때문.

서울 B초교 박모(40)교사는 “일기도 인터넷이나 통신에서 그대로 베껴내는 학생들이 있어 기막힐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최근 서울 C고교에서는 수행평가 과제물로 ‘석사논문급’ 리포트가 무더기로 쏟아져 교사들을 당혹케 했다. 학생들이 주제인 ‘지역사회 및 환경문제’관련 논문 인터넷사이트에서 들어가 그럴 듯한 내용들을 그대로 다운받아 제출한 것.

이 학교의 한 교사는 “교사도 이해하기 힘든 전문용어들이 잔뜩 나열돼 있고 내용도 엇비슷해 평가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교사는 “상당수 교사가 ‘넷맹’이고 표절 사실조차 몰라 전혀 통제가 안된다”고 우려했다.

대학생의 리포트 및 논문 표절은 이미 심각한 수준. 직접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 리포트를 쓰는 학생은 20-30%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게 대학생 스스로의 얘기다. “리포트 100장 쓰는 건 일도 아니다”“졸업논문을 몇시간만에 썼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돈다.

Y대 3학년 심모(25)씨는 “인터넷에서 주제어를 치면 관련 사이트가 수십개씩 뜨는데 누가 제 힘으로 리포트를 쓰느냐”며 “내용보다는 보기좋은 편집과 과제물의 양, 표지도안 등이 학점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는 다양한 리포트 자료를 띄워놓은 사이트가 70여개에 달하며 영역별로 방대한 논문과 리포트를 제공하는 전문사이트도 상당수다. 인문사회 분야 리포트 1,600여개가 수록된 인터넷 ‘R클럽’의 한 교육 리포트는 최근 1,360여명이 다운받아 갔고, PC통신의 리포트사이트에서는 서평과 영어숙제용 자기소개서 등이 불티나게 다운로드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이 원하는 국내외 학위논문을 찾아주고 최저 6,000원에서 최고 9만원까지 돈을 받는 전문사이트도 등장했는가 하면, 각 대학별로는 수천편의 교양과목 리포트가 게재된 교내 사이트까지 생겨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큰 문제가 되자 논문이나 리포트 도용을 검색하는 엔진이 개발돼 학교마다 널리 활용되고 있다.

서울대 교육학과 박성익(朴成益)교수는 “어릴 때부터 지나치게 인터넷에 의지하면 사고력과 창의력, 지식축적 및 정보처리력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길 수 있다”며 “일단 교수나 교사부터 학생 스스로 생각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물 개발에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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