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빗나간 인사편중 공방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국민의 정부 출범 후 공직인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호남출신 약진현상’에 대해 야당은 ‘호남 독식’이라는 식으로 과장된 비난에 치중, 말초적으로 지역감정을 건드리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과거정권에서 극심했던 영남출신 편중인사 구조가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안이한 반박으로 일관할 뿐 능력과 기회균등에 따른 공정한 인사관행 확립노력은 소홀히 하고 있다.
현 정부 출범후 공직 사회의 호남 약진 현상은 정권유지상 불가피한 직책에 지역연고인사 기용 과거 정권에서 능력에 비해 불이익을 받았던 호남인사의 지위 회복 과거 정치바람을 탔던 영남지역 인사의 요직 배제 호남출신 기관장들의 자기사람 심기 호남연고를 이용한 인사청탁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여당은 이같은 현상이 공직사회에서 위화감을 일으키고 민심 이반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데도 심층적인 분석과 진지한 대응 노력 없이 “통계상 호남편중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근 ‘DJ정권 2년 호남편중 인사’라는 자료를 통해 정부 각 분야의 핵심요직을 호남 출신이 장악하고 있으며 현재 호남의 인구비율이 11.8%인데 비해 요직의 호남 출신 비율은 주요 기관별로 35.7-71.4%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자료의 요직 분류 및 집계는 객관성을 결여한데다 일부 직책이 중복 집계돼 있는 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주요공직자 중 호남 출신 집계시에는 본적지를 기준으로 하고 현재 영·호남 인구비율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산정한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지역편중 인사문제 전문가인 김만흠(金萬欽·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특별연구원)박사는 “굳이 지역별 인구비와 출신지별 공직자 비율을 비교하려면 현재 주요 공직을 맡고 있는 세대의 출생기인 1940년대 인구비율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1943년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영남은 29.2%, 호남(제주 제외)은 25%로 지금의 영·호남 인구비율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행정 전문가들은 “과거 정권의 영남 편중인사 반동으로 현 정부 들어 호남약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이 현상을 면밀히 분석, 공직인사가 지연·학연 등 정실이 아니라 능력과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하며 야당도 과거의 반성 위에 협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계성기자
wkslee@hk.co.kr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지역감정 조장이 노골화하는 가운데 정략적인 지역편중 인사 논란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야당측은 정부요직의 통계수치를 근거로 호남편중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지고 있으며 여당측은 자료의 왜곡·과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야당측이 내놓는 이런저런 최근의 통계 수치는 정확성 여부를 포함, 냉정하게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편중 인사의 존재에 대한 판단은 역대 정권에서 누적돼 온 역사적 맥락을 되짚어 보는 종합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수립후 1공화국 때는 국무위원중 서울(28.4%)과 경기(9.2%)등 수도권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2공화국에 들어서 경북이 23.7%로 서울(19.1%)을 앞질렀으나 전남·북도 각각 14% 내외여서 편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5·16 쿠데타후 박정희(朴正熙)정권의 3·4 공화국 시절부터 사정은 달라져 영남권 인사가 국무위원의 30%를 넘기 시작했다. 5공화국에 이르러서는 차관급 이상중 영남이 43.6%인 반면 호남은 9.6%에 불과했다. 6공화국 때는 영남 출신이 국무위원의 48%, 차관급 이상중에선 3분의 2에 육박하는 60%를 점해 불균형은 더욱 심화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정부 말기인 98년2월에도 장·차관 등 정무직의 41.7%가 영남이고 호남은 9.7%에 불과했다.
이같은 역사적 ‘불균형’을 감안하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정부들어 호남 출신 인사의 등용이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역편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월 현재 장·차관 등 정무직 분포는 호남 34.0%, 영남 20.6%로 역전됐지만 98년2월 영남 36.9%, 호남 20.0%였던 3급이상 고위 공무원들은 올해 2월에도 영남 32.0%, 호남 24.7%의 분포를 보여 여전히 영남권이 우세하다. 정무직을 제외한 3급 이상 공무원중 일반직·외교직보다는 검찰·경찰에서의 호남세 약진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만 전체 비율로는 여전히 영남권이 30~ 45%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인사에서 지역편중 시비를 불러올만한 요소와 행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무직에서는 영·호남 비율이 이미 역전됐고 3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중에서도 전체 비율은 영남이 우세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호남권 인사의 증가비율이 한층 높아진다. 즉 요직일수록 호남인사 배치 현상이 심해진다는 얘기다.
특히 군 검찰 경찰 안기부 등 권력 핵심부는 권력 자체의 속성상 호남 인사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3월과 10월에 단행된 군인사에서 호남 출신 ‘별’들이 약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감사원장 국세청장 등뿐 아니라 대통령비서실 인사도 야당측엔 효과적인 지역편중 시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편중인사 인구기준도 논란
지역편중 인사 시비는 편중을 판단하는 인구기준에 대한 논란도 불러왔다. 한나라당은 영남 인구가 전체의 28.2%이고 호남 인구는 11.8%(이상 97년 대선당시)에 불과하다는 점을 공세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러나 시비의 대상인 고위 공직자의 출신지는 거주지가 아니라 본적지가 기준인 점에서 일단 문제가 있다. 때문에 현 공직자가 태어나서 성장할 무렵의 지역별 인구비율, 또는 급격한 인구이동을 초래한 산업화 과정 이전의 인구비율이 기준이 돼야 한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48년 간행된 ‘조선통계연감’에 따르면 43년 인구비율은 영남 29.2%, 호남 25.0%로 거의 비등했고 충청은 15.67%였다. 이를 염두에 두고 올해 2월 현재 3급 이상 고위 공직자의 출신지별 분포가 영남 32.0%, 호남 24.7%로 43년 인구통계에 근접하는 것을 보면 흥미롭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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