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최악의 ‘돈 선거’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 나타나는 여러 징후들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 하고 있다. 선거 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에 1조5,000억원 정도가 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국 227개 선거구에서 여야 및 무소속 후보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또는 그 이상의 돈을 쏟아부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많은 돈이 한꺼번에 풀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더 염려스러운 것은 돈 선거가 결국 정치권에 새로운 부패와 비리의 싹을 틔우게 되고, 그로 인해 두고두고 우리 사회에 악취를 풍기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며칠전 신문에 난 한장의 사진은 이번 선거가 돈 선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충남의 한 지구당 개편대회장을 스케치한 이 사진에는 1장당 5,000원짜리 식권을 뭉텅이로 건네주는 장면이 잡혀있다. 개편대회에 참석한 당원이 3,500명이었다고 하니, 한끼 식사비로 무려 1,750만원을 쓴 셈이다.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15대때 보다 적게 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물가의 경직성을 고려해서도 그렇고, 최근 실시된 몇차례 재·보선에서 드러난 엄청난 규모의 돈 씀씀이를 봐서도 그렇다.
이번 선거의 법정 선거비용은 평균 1억1,3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 현실성 없는 액수이다. 15대의 경우 당선자 대부분이 마술을 부렸는지 법정기준에 맞춰 선거비를 신고했고, 선관위는 이를 무사통과 시켰다. 이번에도 당선자들이 마술을 부릴 것은 틀림없다.
대체로 선거비는 후보 개인이 모은 돈과 정당 공천을 받았을 경우 중앙당에서 지원하는 돈 등으로 충당한다. 그러나 여기에 플러스 알파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기업으로부터 받는 돈이 그런 종류일 것이다. 15대때 많은 기업들이 자발적, 또는 그렇지 않은 연유로 여러 후보들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많은 후보들이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돈을 적게 들이고도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펼 수 있고, 그런 후보들이 많이 당선되는 선거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비의 플러스 알파 관행도 없애 정경유착의 고리를 뿌리부터 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당과 후보는 물론 기업도 자세를 고추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자세다. 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돈 선거 기미가 보이는 후보는 여든 야든 가차없이 고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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