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폭발사고의 원인을 알 수 없다 해도 제조회사가 사고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돈희·李敦熙대법관)는 5일 TV폭발로 화재사고를 당한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동양화재해상보험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5,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가전제품 등 제조물에 의한 사고발생시 배상책임 문제와 관련, 과실 여부에 대한 소비자측의 입증책임보다 제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제조업체의 주의의무를 강조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상적으로 제품을 사용중 어떤 과실이 없이는 일어나지 않는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제조업자가 제품 결함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 유통단계에서부터 제품에 안전성이 결여된 것으로 추정, 제조사에 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폭발한 제품이 내구연한을 넘기긴 했지만 내구연한이란 그 제품이 정상적으로 성능을 발휘하는 최소한의 기간을 의미할 뿐 제조상 결함을 인정하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1996년 7월 김모씨가 부산 영도구 자택에서 내구연한(5년)이 1년가량 지난 TV를 보던 중 폭발음과 함께 TV 뒷부분에서 불이 나면서 커튼에 옮겨붙어 집과 가재도구가 전소되는 피해를 당하자 김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TV제조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폭발사고 원인은 수사결과 브라운관 내부 누전으로 조사됐으나 정확한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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