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 가계수지 동향'의 결과는 놀라울 따름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정부의 각종 중산·서민층 지원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계층간 소득격차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해 연평균 0.3204로, 통계를 시작한 79년 이후 가장 높았다. 또 지난해 4·4분기 상위 20% 소득계층의 월평균 수입은 478만 2,000원, 하위 20% 계층은 85만 8,100원으로 그 격차가 5.57배로 벌어졌다. 전체 평균 소득증가율은 4.3%여서 상위 20% 계층을 제외하면 나머지 계층은 증가율이 평균치에 못미쳤다. 경기회복에 따라 도시근로자의 소득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돈이 돈을 버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현 경제여건상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득을 항목별로 보면, 가구주 소득은 계층별로 비슷하게 늘었지만 배우자와 기타 가구원 소득은 큰 차이를 보였다. 고소득층은 근로소득보다는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통한 재테크로 많은 소득을 올렸다. 소득불평등 확대는 실업이 하위계층에 집중되고 고소득 계층의 재산소득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중산·서민층 대책을 내놓았다. 통계청 조사결과가 발표된 3일에도 '중산·서민층 재산형성 촉진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세금감면이나 소득이전은 효과가 한시적인데다, 단적으로 생활보호대상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비과세저축 신설은 이들 대부분이 저축할 여력이 없어 실제 도움은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중산·서민층 대책이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이라는 지적에 대해 소득격차 심화방지의 시급함 때문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대응방안이 우선 필요하지만, 소득분배구조 개선은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재원이 필요한 지극히 어려운 작업이어서, 중·장기 대책마련이 병행되어야 만 한다. 더욱이 경제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중이어서 부의 편중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통계청 발표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며 올해부터는 다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과성에 그치거나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는 정책은 오히려 분배구조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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