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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크정권 최대위기

입력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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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후드 바라크(58)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해 5월 집권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그가 야심적으로 천명한 시리아와의 평화협상이 연립정권의 내분으로 좌초될 지경에 이른데다가 불법 선거자금 스캔들과 레바논 공습에 따른 민심 불안도 정권을 흔들고 있다.이스라엘 의회(크네셋)는 1일 열린 예비독회에서 시리아와의 평화협정 승인을 위한 국민투표 가결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찬성 60, 반대 53, 기권 1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최종 가결되려면 3독회까지 통과해야 하지만, 시리아와의 협상 재개에 전력해온 바라크로서는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날 투표에서는 특히 국가종교당 등 연정참여 6개당 중 3개당이 반(反) 바라크를 선언, 연정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미 뉴욕타임스는 『출범초부터 아슬아슬했던 바라크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면서 『현 추세라면 법안이 제3독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라크총리는 이날 연정 소속 각료들에게 원군이 돼달라고 요청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 모두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시리아와의 평화협상 승인 조건이 국민투표 투표율 80% 이상, 투표자 60%이상 찬성으로 강화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시리아 협상은 「물 건너 간 격」이 되고 만다.

국내 상황도 바라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라크가 이끄는 「하나의 이스라엘」당은 지난 총선 당시 불법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에 직면해 있다. 바라크는 또 중동평화 문제에만 집착, 장애인 처우, 교사임금 등 산적한 국내문제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최근 헤즈볼라와의 충돌에 대해서도 인명손실이 크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조기총선을 원하고 절반이상이 총리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라크는 일단 위기 타개책으로 국내 문제 보다는 중동평화협상의 진전에 매진하는 듯하다. 하지만 취약한 국내 기반 때문에 평화협상 마저 풀리지 않는 악순환이 거듭되는 형국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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