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는 문화재를 발견하고도 그것을 돈을 주고 되사야 한다?불교 조계종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현 문화재보호법의 개정과 사법당국의 문화재 전담조직 설치, 문화재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 등 처벌 강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1988년 12월 1일 전북 완주군 대원사 목조사자상이 사찰털이 전문범에 의해 도난당했다. 사찰 측은 곧 바로 관계당국에 신고했고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은 고미술협회, 해양경찰대, 세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후 10여년간 사자상의 종적은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조계종 문화부에 익명의 제보전화가 걸려왔다. 이 사자상을 서울 인사동 H화랑에서 봤다는 것이었다. 조계종은 이 사자상이 대원사 도난품임을 확인, 서울지검에 신고했고 검찰은 사자상을 압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대원사는 사자상을 돌려받지 못했다. 1990년 6월 전북도가 도난을 이유로 문화재 지정을 해제, 일반 도난사건의 공소시효 5년이 지나 현 점유자에게 반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계종은 형사적 방법에 의한 사자상 회수가 불가능해지자 민사소송을 제기, 「동산 점유이전 및 처분 금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냈다. 법원은 지난달 3차례 가처분집행에 나섰으나 점유자가 이미 팔았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사자상을 되찾지 못했다. 조계종은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청사에 「목각사자상은 대원사로 돌아와야 합니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을뿐 다른 방법이 없다.
또다른 사례. 전남도의 한 사찰은 10여년 전 1794년에 제작된 사천왕도를 도둑맞았다. 이 불화 역시 종적을 감췄다가 지난해 11월 인사동 K화랑의 「아름답고 아름다운 불교미술전」에 버젓이 전시됐다. 조계종은 현장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났을 뿐더러 도난신고도 돼 있지 않아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이 사찰은 어처구니없게도 돈을 주고 사천왕도를 되샀다.
이같은 사례가 불교문화재뿐 아니라 우리 문화재 관리 전반에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가·지방 지정문화재가 아닌, 민속자료 등으로 관리되고 있는 비지정 문화재들. 조계종이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따르면 도난 불교문화재의 94.8%가 매매가 가능한 비지정문화재이다.
조계종은 이에 따라 현행 문화재보호법 보칙규정을 확대, 비지정 문화재의 도난에 대해서도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 개정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서는 불상 안에 들어있는 복장(伏藏)유물의 도난이 극심해 지난해만 해도 안동 광흥사, 경산 환성사, 김천 직지사, 부안 개암사 등에서 복장유물이 도난당했다. 복장유물의 경우 사찰조차도 그 현황을 파악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더하다는 것이다. 조계종 문화부장 일철 스님은 『수사당국에 문화재 전담반 설치와 문화재 사범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문화재 지정 신청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