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인간적 체취의 이야기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EBS TV에서 인기리에 진행된 도올 김용옥(전 고려대 철학과 교수)씨의 동양고전 강의가 불러 일으킨 바람이 종강 후에도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것이다. 철학과 동양고전에 관한 이야기는 IMF 경제난이나 총선 공천 등 우리를 지치게 하는 진부한 화제들 속에 모처럼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도 해주고 있다.지난해 11월에 시작되어 최근 종영된 「도올 김용옥의 알기쉬운 동양고전-노자와 21세기」 프로가 일으킨 동양학에 대한 관심은 도올의 저서들 뿐 아니라, 다른 동양사상서의 판매량까지 큰 폭으로 늘게 했다고 한다. 또한 대학에서 동양사상 강좌가 인기과목으로 부상하고, 지역 문화센터에서도 동양고전 강의에 대한 일반인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하니 열풍을 짐작할 만하다.
김용옥씨는 마지막 강의를 통해 『나는 노자를 말한 게 아니라, 노자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말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또한 『나는 케케묵은 가치관을 털어내고 「뉴 패러다임」 창출을 위해 목 터지게 외쳤다』고 역설, 강의의 존재이유를 밝혔다.
강의가 대중적 갈채를 받은 사실은 사람들이 동양정신과 고전에 큰 갈증이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사람들은 낯선 디지털 문명시대 진입에 대한 반작용으로 친숙한 동양철학에서 많은 것을 찾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나는 우주의 보물』등의 자화자찬이 수시로 튀어나온 그의 TV 강의는 학문적으로 위험부담도 많고 공격받을 소지도 다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화 칼럼니스트인 한 불교신자는 『마치 음식 맛을 보지도 못한 사람이 사전을 뒤지면서 요리강습서를 집필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용옥씨가 강의 도중 자신의 저서를 비판한 신문기자를 극심한 인신공격으로 맞대응한 점은 지식인다운 행동으로 보기 어려우며, EBS 역시 도덕적 책임을 느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의 과장된 제스처나 삭발한 머리, 두루마기 차림 등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점들이 사람들을 카타르시스시키고 카리스마를 심어 준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을 넘나드는 지식을 동원하여 대중에게 동양철학을 쉽게 해석하고 전파한 그의 공로는 결코 작지 않다. 철학자 도올과 그가 일으킨 동양고전의 붐은 사회적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