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여성이나 손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손이 저리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있으면 허벅지의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리듯이 손목을 통과하는 신경이 손목의 두꺼워진 인대에 눌려서 오는 손저림증이다. 의학용어로는 수근관(手筋管)증후군으로 불린다.흔히 손의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여겨 혈액순환제를 먹거나 말초신경염 등으로 자가진단해 한약 등을 장기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없이 약을 함부로 복용하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손저림증은 가사노동(특히 빨래나 걸레를 쥐어짜는 행동)을 많이 하는 40-50대 주부나 컴퓨터작업 종사자, 피아니스트, 망치·드릴 등 진동이 심한 기구를 사용하는 근로자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당뇨병이나 류머티스 관절염, 갑상선기능장애 등의 합병증이나 목디스크와 같은 경추질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등이 필수적이며, 신경이 눌린 손목부위의 신경전달검사와 근전도검사를 해야 확진이 가능하다.
심하지 않은 경우엔 손목에 부목을 착용하거나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을 실시한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엔 손바닥에서 손목까지 길게는 10㎝, 짧게는 6~7㎝ 정도 절개한 뒤 손저림을 일으키는 수궁건(手弓腱)을 절단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술기법이 발전해 내시경을 이용, 손바닥을 1.5㎝ 정도만 절개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신경전달·근전도검사와 같은 진단과 물리·약물치료는 재활의학과, 수술은 성형외과에서 주로 담당한다. 정형외과에서 수술을 하는 병원도 있다. 고대안암병원 손저림증클리닉(담당 성형외과 안덕선교수)은 1990년 9월 개설 이후 지금까지 최단시간(10분) 시술과 1년내 97%의 회복율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수술한 환자는 무려 1000여명. 안교수팀이 지난 10년간 수술한 환자 154명을 조사한 결과 1주 안에 통증이 사라진 경우가 67.3%였으며, 87.4%는 3개월, 97.3%는 1년 후 통증이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주대병원 정형외과는 독창적으로 개발한 이중절개술을 이용한 수술로 유명하다. 담당인 강신영교수는 미국 디트로이트의료원 수부외과에서 25년간 연구강사와 교수로 재직하다 귀국, 손저림증 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고 있다.
수술은 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양 손을 동시 수술할 경우 마취시간은 약 15분 정도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3일 정도 입원하면 충분하다. 10일 이상 보름 정도의 입원을 권하는 병원은 피하는 게 좋다.
고대안암병원 안덕선교수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근전도검사 및 신경전달검사를 잘 하는 재활의학과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수술은 상당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만큼 손을 전문으로 다루는 수부외과 시술로 이름난 병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안교수는 또 『손저림증은 빨리 치료할 수록 효과가 좋다』며 『시기를 놓치면 완치가 어려울 뿐아니라 단순히 증상만 완화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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