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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천사들이 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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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마당] 천사들이 보는 세상

입력
2000.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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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람들에게 순수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합니다. 어떤 모습이든 진실은 빛나기 마련입니다.3년 전의 일입니다. 기독교계 학교를 다니던 나는 선생님 몇 분, 친구들과 함께 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천사원에 간 일이 있었습니다. TV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리들과 신체적 모습이 다른 사람들과 만난다는 일이 두렵기는 했지만 왠지 모르게 이는 동정심과 사랑을 쏟고싶은 마음에 가기로 한 것이었지요.

처음 천사원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찌나 떨렸던지… 원장님께서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면서 천사원에 대해 말씀해주셨고 곧 아이들이 있는 방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그곳의 이름은 「민들레방」이었는데 아이들은 우리가 들어가자 너무나 기쁘게 반겨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해주었는지 알 수 있었지요.

천사원에는 3일 동안 갔는데 그곳에서 만난 한 아이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구석에 앉아 조용히 웃고 있는, 초점이 흐린 그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그 아이는 웃으면서 내 손에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이정선」이라는 세 글자를 조심스럽게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보다 두살이 어렸고 앞도 못보고 말도 약간은 더듬거리는 소녀였습니다. 하지만 그 소녀의 눈은 너무나 맑았습니다. 그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웠던지….

정선이와 나는 금방 친해졌습니다. 정선이는 나를 언니라 부르며 따랐습니다. 그때 정선이는 『언니, 언니가 본 세상은 어때?』라고 물었는데 『세상은 아름다워』라고 말해주지 못한 것은 아직까지도 후회되기만 합니다. 예정했던 3일이 지나고 정선이와 헤어지게 되었을 때 정선이는 『언니, 꼭 또 와야해』라고 울먹였고 그때 꼭 가리라 약속했지만 아직도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사원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면, 그들은 우리처럼 넓은 세상을 활보하거나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맑고 깨끗한 영혼을 소유한 「날개 부러진 천사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도 분명히 하나의 인격체로 세상의 빛을 본 것이고…. 사회가 장애인을 외면하는 시선은 이제 부끄러워해야하지 않을까요.

정선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정선아, 미안해. 언젠가 언니가 꼭 너 보러갈께』

/서울 경복여고2·류희숙

「1318마당」마당에 글이 실린 청소년에게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도서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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