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신갈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김모(40)씨는 일요일저녁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월요일부터 치러야 할 출근걱정 때문이다.서울에서 전세를 살던 김씨는 분당까지 10분, 서울 강남까지 30분이면 족하다는 아파트분양업자들의 말에 혹해 지난 해 8월 은행융자까지 받아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출근에 2시간
아파트를 나와 줄이 보이지 않게 늘어선 차량들과 마주치는 23번국도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출근전쟁이 시작된다. 편도2차선인 도로 곳곳에 늘어선 불법주차차량을 곡예하듯 지나오면 용인 최대의 교통지옥인 신갈5거리에 이른다. 몇차례 신호대기를 거쳐 도달한 죽전4거리에서 또 다시 신호대기를 반복한 뒤 이번에는 분당지역 출근차량과 함께 판교톨게이트에 들어설 때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린다. 고속도로를 지나 회사에 도착하면 집을 나선 지 벌써 2시간. 용인지역이 도시기반시설을 전혀 갖추지 않은 채 개발을 강행, 세계최악의 교통난을 겪고 있는 방콕의 한국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불기 시작한 아파트건설붐으로 최근 몇년사이에 기흥, 수지, 구성면 등 용인서북부지역인구가 32만 용인시 인구의 절반인 16만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나 이 일대 도로망은 이전에 비해 나아진 것이 거의 없다.
■택시기본료 1,500원
그렇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렵다. 서울을 오가는 대다수 버스가 용인지역 아파트는 물론 분당지역까지 구석구석 운행하기 때문에 자가용보다도 출근시간이 30분이상 더 걸린다. 주민들은 서울직행 버스 신설을 요구하고 있으나 운수업자들이 난색을 보여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용인은 택시요금도 타 지역보다 비싸다. 기본요금이 1,300원인 타지역보다 200원 비싼 1,500원일 뿐 아니라 거리당 요금도 높고, 그나마 운행택시대수가 적어 부르는 게 값이다. 렌트카를 택시용으로 불법운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인 실정이다.
■제2의 방콕 우려
이에 따라 경기도와 용인시는 최근 분당을 거치지 않고 서울로 직접 연결하는 도로망과 수원 영통에서 서울을 잇는 전철망을 확충해줄 것을 건설교통부에 요구했으나 재원마련에 어려움이 많아 5년내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교통전문가들은 『5년내에 용인인구가 현재의 2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교통난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며 『용인이 이대로 방치되면 3-4㎞를 가는 데 2-3시간이 걸리는 제2의 방콕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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