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호남 특정고교 출신들의 인맥형성을 질책한 것이 화제다. 국무회의에서 출신고교에 따른 정실인사나 외부인사 개입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데 이어 공군참모총장 보직신고 자리에서도 이를 되풀이 했다. 공직과 금융계 인사, 공천과정 등에 학맥(學脈)시비가 이어진 것이 빌미가 됐다고 한다. 아마도 건국이래 처음일 대통령의 이런 경고는 국정책임자로서 적절한 것이지만, 「인사를 누가 하길래?」라는 반문을 낳는 것도 사실이다.■대통령은 지역편중 인사가 논란될 때마다 「오랜 호남차별을 바로잡는 수준일 뿐, 고질적 지역주의는 절대 배격한다」고 말했다. 실제 군내 서열이 뒤진 강원출신을 공군참모총장으로 발탁한 데서 보듯이 지역안배에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권력운용에 중요한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과 잠시 거쳐가는 장관 참모총장 등의 높은 자리들보다는, 각부처와 공기업 금융계 등의 크고 작은 요직인사를 호남 학맥끼리 다투는 현실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대통령은 「군사정권 시대에는 경북고가 행세했고, 다음은 경남고와 서울의 어떤 학교가 그랬으며, 요즘은 호남 일부 고교가 약간 그런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의 어떤 학교는 경복고일테고, 당장 문제된 호남쪽은 전주고 광주일고 광주고 목포고 등이다. 주목되는 것은 대통령이 호남쪽 학맥다툼의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지난 정권들에서 정실인사의 폐해가 훨씬 컸다는 사실을 앞세우고 있는 점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한물간 명문고 출신들은 공직이나 서울에 남은 숫자가 크게 줄어 동창모임조차 어려운 반면 다른 쪽은 실로 중흥기를 만난 형국이라고 한다. 이렇게 정권에 따라 처지가 뒤바뀌는 현상이, 지난 시절의 업보나 고난과 별 관계없는 이들과 세대에까지 미치는 것이 진짜 문제다. 그래서 「혹시 다음에 경기고가 싹쓸이하면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농담하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부터 진정 과거에서 벗어나 적폐가 쌓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강병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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