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이나 영화관은 관객을 맞는 곳이지만, 서비스는 불만스럽다. 가장 불편한 점은 먹고 쉴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영화관 휴게실은 대부분 좁아서 붐비고 시끄럽다. 거기서 파는 간단한 음료와 스낵은 시중 가격보다 비싸다. 밖에서 500원하는 캔커피가 1,000원, 1,000원 하는 팝콘은 1,500원 그런 식이다.국내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이뤄지는 예술의전당 음식은 더 비싸다. 그 안에서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야외카페의 우동·김밥세트는 8,000원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내고 사먹든지, 그게 싫으면 8차선 도로를 건너 다른 음식점을 찾아가야 한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음악당의 작은 카페테리아를 100석으로 늘려 편안하게 바꾸고 간단한 스낵과 음료 외에 제대로 요기할 수 있게 스테이크도 팔기 시작해 관객의 불편을 덜었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시간에만 잠깐 로비에서 커피와 햄버거를 판다. 앉아서 먹을 의자는 아예 없다.
화장실이 적은 건 불편한 정도를 넘어 괴롭다. 세종문화회관이나 국립극장에의 공연 중간 휴식시간이면 여자 화장실 앞에 긴 줄이 선다. 여자 화장실 칸수를 남자 화장실과 똑같이 해놨기 때문이다. 10분 정도의 짧은 휴식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오려면 속도전을 벌여야 한다.
반면 3월에 개관하는 서울 LG 아트센터는 화장실로 치면 관객에게 가장 친절한 공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1,103석의 이 극장 화장실은 80칸(남자 38칸, 여자 42칸)이나 된다. 남자 22명 당 한 칸, 여자 11명 당 한 칸 꼴로 넉넉하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거나 종종걸음을 칠 필요가 없다.
어린 꼬마를 데려오는 관객은 아기 맡길 데가 고민이다. 예술의전당은 서예관 1층에 따로 놀이방을 꾸며놨고, 국립극장과 국립국악원은 로비에 작은 공간을 차려 유아를 돌봐준다. 정동극장은 더 세심해서 유아 놀이방은 물론 화장실에 아기 업고 다니는 포대기를 놓는 걸대까지 마련해놨다. 그러나 이들 몇몇을 빼고 다른 데는 그런 서비스가 없다. 겨울에 외투를 받아주거나 우산을 맡길 수 있는 곳들도 거의 없다.
관객은 편안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 아기 맡길 데가 없어서, 화장실 한 번 가려고, 간단히 배를 채우기 위해, 불안하고 어수선하게 우왕좌왕하다보면 공연이든 영화든 마음 편히 보기는 틀렸다. 관객은 돈 낸 만큼 대접받고 싶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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