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그러나 우리는 편견 때문에, 아니면 특정 이해관계 때문에 과거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외면하는 일이 있다. KBS를 비롯한 각 방송사들이 3·1절을 맞아 의도적으로 은폐하거나 잊혀진 3·1절 관련 사건과 인물들을 발굴,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KBS 1TV가 3월 1일 오후 10시 방송하는 「안중근과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에선 지금까지 다뤄왔던 것과 다른 측면에서 안중근 의사를 살펴본다.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리포터로 「내마음 속의 안중근, 한국과 일본」의 일본인 저자 스루 게사도시를 기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안중근 의사가 조선독립의 지원세력으로 굳게 믿었던 천주교 조선교구와 프랑스인 주교 뮈텔 신부가 독실한 신도인 안의사를 이토 히로부미 암살 후 변호하기는커녕 왜 살인자로 규정했는가에 대한 의문을 파헤친다. 제작진은 이 의문의 비밀을 1985년 명동성당 지하자료실에서 발견된 뮈텔주교의 일기와 조선교구 통신물을 기초로 풀어나간다.
제작진은 당시 조선교구가 교세 확장을 위해 일본 제국주의와의 거래, 그리고 안중근 안명근의사의 105인 사건 연루사실을 밀고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1936년 최초로 조선 천주교회의 신사참배가 성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의함으로써 신사참배를 합리화하기까지 했다. 제작진은 당시 천주교가 조선독립을 지원하는 대신 교세확장만을 위해 안중근을 매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밖에 KBS 1TV는 3·1절 관련 다큐멘터리로 「강용권의 4만리 장정_자전거로 쓴 독립군 이야기」(29일 오후 10시)와 「독립운동의 땅, 러시아 연해주를 가다」(3월 1일 밤 12시)를 내보낸다. 「강용권의 4만리 장정…」은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사회과학원 소속 사학자 강용권의 4년에 걸친 항일운동 기록찾기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보여준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1만 4,000㎞를 돌면서 수백명의 증언자들을 발굴, 700여개의 테이프에 수록했고 1997년 답사도중 숨졌다. 「독립운동의 땅…」 은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연해주 지역에서의 항일 민족운동을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MBC 역시 두 편의 다큐멘터리 「역사 속의 인물, 독립운동가 박열」(3월 1일 오전 11시) 등을 방송한다. 「역사 속의 인물…」은 남북분단이 우리의 역사와 독립운동가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게 한 단면을 고발한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극으로 치닫던 1920년대 초 일본 땅에서 재일 동포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고 일본 왕실을 폭파하기 위해 폭탄을 밀반입하려다 1922년 2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던 박열 열사. 그는 해방 후 북에 피납돼 요직을 맡았다는 이유로 남한에서 역사적 조명은커녕 역사학자들에게 불순한 무정부주의자로 폄하돼왔다. 제작진은 역사의 진실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은폐될 수 없다며 박열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MBC는 항일 운동가에 대한 변론를 적극적으로 담당한 사람을 다룬 PD수첩 「일본인 쉰들러, 후세 다츠지」(29일 오후 10시 55분)와 화투를 통해본 일본식민지 문화를 조망한 특집극「화투」(1일 낮 12시 40분)를 방송한다.
케이블TV YTN(Ch24)도 일제때 일본군 군속으로 끌려가 부상했으나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보상을 받지 못한 재일 한국인 징용자의 이야기를 다룬 「끝나지 않은 전쟁」을 내보낸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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