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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칼럼] '대박'세상 음지도 보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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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칼럼] '대박'세상 음지도 보며 살자

입력
2000.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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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전체가 코스닥으로 대변되는 벤처열풍에 휩싸인 지 오래다. 코스닥 주식투자로 몇 천만원, 몇 억원씩을 벌었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들리곤 한다. 백화점에선 고가 제품이 다시 불티나게 팔리고 억대를 호가하는 외제 승용차의 수입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강남의 유명 술집에는 초저녁부터 손님들로 넘치는 등 우리 경제가 본격 회복국면에 들어섰다는 게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인 것 같다. 기업 도산으로 실직자들이 거리를 떠돌고 가정이 풍비박산되는등 온 나라가 파산의 지경에 내몰린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과소비로 치닫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의 그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계형창업보증을 취급하면서 나를 포함한 우리 신용보증기금 직원들 대부분이 피부로 느꼈던 현실이기도 하다.

내가 담당했던 한 호프집 여사장은 30대 후반 나이로 18년전 남편과 이혼한 후 장애인이면서 병환을 앓고 있는 노모, 자녀, 두 동생과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어렵게 살아가던 중 우리 기금의 문을 두들겼다.

또 장애인으로 취직이 어려워 삶의 의욕을 포기하고 어렵게 살아가다가 노래방을 개업한 40중반의 사장.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시도하다 다시 재기에 도전한 기업체 사장님. IMF 이후 부도로 남편과 이혼후 두자녀를 데리고 월세방에서 살며 옷가게로 생계를 꾸리기위해 찾아온 40대 초반의 아주머니 등.

이들의 어려움에 마음 아파 눈물 지은 적도 여러 차례였다. 그래도 비록 구멍가게 수준이지만 창업자금 지원을 받아 흐믓한 표정으로 돌아가는 이들에게 꼭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한 사장님이 개업한 뒤 보낸 편지를 읽고 오히려 나 자신이 위로 받은 적도 있었다.

주식투자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는 요즘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뒷편에는 이처럼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루하루의 생계로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다. 새 천년을 맞아 나라의 경제성장도 좋지만 어려운 이들에게도 경기 회복의 따뜻한 햇살이 비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들도 우리가 보듬고 안고 가야할 엄연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한만섭·신용보증기금 주택보증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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