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수 신창원(申昌源)이 「참회의 편지」를 썼다.지난 18일 1심 판결 뒤 써서 「참여연대」에 부친 장문의 편지에는 뒤늦은 참회의 심정과, 자신과 같은 범죄자가 또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당부가 피를 토하듯 간절한 표현으로 씌어져 있다.
편지지 5장에 또박또박 눌러 쓴 글에서 신은 자신을 미화(美化)하지말 것을 누누이 당부한 뒤, 가정과 사회가 「문제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다음은 편지의 요지.
『전 의적이 아닙니다. 그저 죽어 마땅한 죄인일 뿐입니다. 십대들이 절 우상처럼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멋있다」고 생각했을 수도있겠지만 그것은 미화된 표면적인 것일 뿐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 악마, 또는 무슨 말로 욕해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절대 절 조금이라도 미화시키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저처럼 후회스러운 삶을 살지않게 해야 합니다.
청송(교도소)에 노인이 한 분 계셨습니다. 중병까지 앓고 계셔서 교도소에서도 치료를 포기했지만 가족이 인도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 분은 마지막 날까지 가족을 원망하다가 세상을 떴습니다. 그 분은 죽는 날까지 자신의 죄를 알지 못했습니다. 모든 원인은 자신에게 있으면서도 가족과 사회만 원망했던 것이지요. 그 분도 태어날 때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똑같았을 겁니다.
제가 만난 재소자들 중에 90%가 부모의 정을 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가정폭력, 또는 무관심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면 사춘기 때 비로소 행동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도소를 아무리 많이 짓고 경찰을 늘려도 범죄는 줄지 않습니다. 가정이 화목하고 자녀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면 범죄는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이 순간에도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고 있는 어린이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또 길에서 방황하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가출에는 어떤 형태로든 범죄가 수반됩니다. 때문에 교도소에 가게되고 그게 반복되면 앞의 노인처럼 됩니다.
가출한 아이들, 사회에서 문제아라고 치부해버리는 아이들은 정에 굶주린 불쌍한 애들입니다. 가까이 가 꾸짖으면 아마 폭행을 당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면 의외로 여리고 순수함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그들은 별종이 아닙니다. 그들을 소외시키고 멸시하면 더욱 더 악해질 것입니다. 정에 굶주린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받아보지 못한 사랑과 정이기 때문입니다. 주위에 이런 아이들이 있음을 기억해주십시오.
배움이 짧아 글로서 마음을 표현하기 쉽지 않네요』
탈옥 2년6개월여만인 지난해 7월16일 검거된 신은 1심에서 2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신은 항소를 포기했으나 검찰은 『형량이 적다』며 항소한 상태다. 신이 선고받은 직후 교도소에서 쓴 이 편지는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지 「참여사회」 3월호에 전문이 실릴 예정이다.
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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