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교도관을 살해하고 탈주한 특수강도사건 피고인 3명중 2명이 붙잡힌 상태에 수색작전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이 검문검색때문에 겪는 불편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탈주범을 잡든 못잡든 검문검색은 당연한 것이고, 불편도 불가피하다. 정작 문제는 시민의 불편이 아니라, 교정행정의 위기가 그만큼 심각한데 있다.이번 사건이 과거 유명한 탈옥사건들에 비해 큰 관심을 끌지 않는 것은 범인들이 그다지 악명높지 않고, 아직 센세이셔널한 사태로 비화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만큼 법정이 무방비로 유린당한 사건이 드물고, 피고인 계호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경우도 없다. 대도 조세형 탈주사건과 이상훈일당 탈주사건, 지강헌일파 탈주인질사건, 탈주범 신창원사건 등은 모두 법정밖에서 벌어졌다. 이번 사건은 그만큼 최악의 법정 탈주사건이다.
범인들이 구치소에서 범행도구를 장만하고 검색대를 쉽게 빠져나와 법원대기실에서 나눠가진 경위 등을 보면 흔한 탈옥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른게 있다면, 법정에 장총을 든 경비원이 없어 별것 아닌 흉기를 휘두르는 탈주범들을 막지 못한 것뿐이다. 구치소안 통제와 피고인 계호가 엉망인데 비해, 법정경호는 무사태평이었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지난해에도 불거진 교정행정의 난맥상이 근본원인이라고 본다. 우리 구치소와 교도소안의 복마전같은 불법관행은 재론하는 것조차 새삼스럽다. 교도관들의 방조아래 담배와 히로뽕 등이 자유롭게 반입되는 등 온갖 비리가 횡행하는 현실이다. 교도관들은 스스로 비리에 얽힌 탓에 강력 흉악범일수록 관대하거나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사건 범인들이 쉽게 탈주에 이른 것도 음습한 비리구조와 관행이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국민의 정부들어 교정행정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정행정 책임자를 검찰직에서 교정직으로 바꾼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비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영등포교도소 교도관 연쇄테러사건을 끝내 은폐한 것을 비롯해 진정한 개혁의지를 보이지는 못했다. 어설픈 민주화속에 기강만 풀린게 아닌가 의심된다. 책임지는 자는 없이 비리구조만 깊어진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흉악범들은 수갑을 채운채 재판받게 하겠다는 등의 대책은 안이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피고인 처우나 계호를 법원칙대로 민주적으로 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교도행정의 적폐를 바로잡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당장 누구를 문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근본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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