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에 대한 본격 비판서가 불교계에서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용옥 선생, 그건 아니올시다」(시공사 발행)은 다소 어설픈 제목과 달리 도올이 최근 펴낸 「話頭, 혜능과 셰익스피어」, 「금강경강해」와 TV 강의를 통해 보여줬던 불교관을 체계적으로 정면 비판한 책이다.저자는 한양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선 수행을 위해 출가했다 환속,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한 불교학자 변상섭(43)씨. 자칫 거목에 흠집내 눈길 한번 끌자는 속셈이란 비난의 우려에도 그가 대범하게 칼을 들이댄 것은 『도올선생이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도 모른 채 책을 써 대고 강의를 할 수 있는가』라는 분노에서다.
변씨가 우선 시비를 건 대목은, 도올이 불교의 화두집 「벽암록」을 선종 사상 최초로 분석하고 해설했다고 자화자찬한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란 책 자체에 대한 것이다. 변씨는 화두를 분석하고 해설한다는 시도 자체를 화두와 선(禪) 수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로 본다.
깨달음의 불립문자(不立文子)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선 수행 과정에서 더욱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화두를 만든 것인데 그것을 해설한다는 것은 더 이상 의심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버리는 꼴이란 것. 변씨는 도올이 애초부터 선을 잘못 이해했을 뿐 아니라 불교 자체를 기초부터 잘못 파악하고 있다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진 것이라며 도올이 오해하는 불교의 각종 개념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며 열두가지의 반론을 편다.
특히나 도울이 한문 번역에서도 불교의 무지에서 비롯된 오역을 했다고 주장한다. 「一切賢聖 皆以無爲法, 而有差別」라는 금강경에 나오는 구절에 대해, 도올은 「일체의 성현들은 모두 함이 없는 법으로 이루어져 범인들과는 차별이 있기 때문이오」라고 번역하나 변씨는 「모든 성현은 무위법으로써 차별상이 있기 때문입니다」가 맞는 번역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도올이 「무위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유차별(而有差別)」을 고작 성현이 중생보다 뛰어나다는 식으로 번역했지만 여기서의 차별은 공(空)을 증득(證得·바른 지혜로써 진리를 깨달아 얻음)한 인식주관의 차별적 지혜를 의미한다는 것.
변씨는 출간전 도올에게 비판서를 낼테니 읽어보라는 서신을 보내며 도올의 반론을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 도올 김용옥의 반론이 주목된다. /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