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된 미군들이 구소련 첩보당국에 의해 비밀리에 시베리아로 이송돼 강제노역에 동원됐다는 주장을 입증하는 회고록이 공개됐다. 러시아는 이제까지도 미군 포로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27일 AP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구소련 집단수용소(굴락) 유배자가 작성한 이 회고록은 시베리아로 압송된 미군 포로 22명의 명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특히 포로중에는 하와이 출신 한국계「김찬제」씨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 24보병사단 34연대 소속의 김씨는 1950년 7월8일 천안 전투에서 포로가 됐다. 미 국방부의 기록에 따르면 김씨와 함께 포로로 잡힌 34연대 소속 병사들은 『김씨가 북한군의 포로가 된후 미국인임을 강조하기 위해 「조지 레온」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조지 레온」이 포함돼 있다. 김씨의 추후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는 현재 전사(戰死) 처리돼 있다.
회고록은 1951~52년 시베리아로 이송된 미군들은 크라스노야르스크 지역의 키로브스키 광산에 집단 수용돼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유배자 신분으로 광산의 엔지니어로 일했던 저자는 직·간접적인 증언을 통해 『맨발에 꽁꽁 언 미군들이 첩보기관 요원들에 의해 동물처럼 끌려와 노역에 동원됐다』고 적었다.
회고록은 또 1952년 7월13일 동해에서 첩보수집을 활동을 벌이다 소련군에 격추된 B-29 정찰기의 승무원 10명에 대해서도 기술하고있다. 저자는 이들 중 부시 소령 등 2명이 하바로브스크 인근으로 이송된 직후 구타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도 1992년 억류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미·러시아 전쟁포로 위원회는 한국전 당시 미군 포로들이 수감생활을 했다는 새로운 물증이 나옴에 따라 전면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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