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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팽총리 '중동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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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스팽총리 '중동발언' 파문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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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의 「중동발언」이 외교문제화하면서 그의 정치적 입지마저 위협할 전망이다24일부터 사흘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구를 방문한 조스팽총리는 한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회교원리주의 헤즈볼라(神의 黨) 게릴라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영토문제로 이스라엘과 아랍권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묘한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있는 중재자」입장을 취해 온 프랑스의 외교노선과도 어긋나는 이 발언은 즉각 아랍권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조스팽총리는 26일 요르단강 서안의 비르 제이트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후 캠퍼스를 떠나다가 분노한 학생들의 돌팔매를 받아 머리에 부상을 입는 수모를 당했다 아랍국가들은 조스팽 총리가 프랑스의 중동평화 중재역할에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시리아 정부는 다마스쿠스 주재 프랑스 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조스팽 총리의 발언에 대해 「경악과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아므르 무사 이집트 외무장관은 조스팽 총리의 발언이 프랑스 중동정책의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우회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언론들은 조스팽 총리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점령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무조건 철군을 촉구했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조스팽 총리는 학생들의 돌 세례에 예정된 기자회견과 팔레스타인 난민촌 방문을 취소하고 서둘러 귀국했다

조스팽총리의 발언은 프랑스 국내에서도 파문을 일으켰다 엘리제궁은 25일 자크 시라크대통령이 조스팽총리에게 귀국 즉시 발언경위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친(親) 아랍성향을 보이고 있는 시라크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있던 조스팽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라크대통령은 조스팽총리가 이스라엘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담당해 온 외교문제까지 영향력을 넓히려는 데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왔다.

공화국연합(RPR)등 우파진영도 발언 철회를 요구하며 조스팽의 좌파에 대해 공세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02년으로 다가 온 대선을 앞두고 영향력을 넓혀가던 조스팽총리로서는 실언으로 뜻밖의 암초에 직면했다.

파리=이창민특파원

cmlee@hk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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