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민주당의 김한길총선기획단장이 무언가 할말이 있는 듯 기자실로 찾아왔다. 그는 조심스런 어조로 『제 4신당이 빠른 속도로 먹혀가는 것 같다』고 말보따리를 풀었다.외부기관과 당자체에서 조사한 신당 호응도가 예상외로 높다면서 은근히 한나라당을 곁매질한 것. 그는 민주당 여론조사결과 『부산 영남지역에 신당 찬성여론이 29%로 반대여론인 31%와 근접했다』면서 『특히 수도권에서도 신당창당에 거부감을 갖지않는다는 응답자가 20%를 넘었다』고 전했다. 또 『내분의 원인을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제공했다는 점이 신당의 명분에 탄력을 주고 있다』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은 YS를 정치적 스승으로 삼은 것인지 청산대상으로 보는 것인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킨 것 같다』 등 신당이 들으면 기분 좋을 발언들을 쏟아냈다.
김단장의 발언은 『신당의 반사이익이 아직은 나쁘지 않다』는 여권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김상현(金相賢)의원이 이날 신당참여를 발표했지만 『해일이 인 한나라당에 비하면 잔 파도에 불과하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정훈(朴正勳)의원 등 일부 낙천의원들의 신당행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대변인실에선 『할 말이 없다』며 논평조차 삼가했다. 뚜렷한 전선(前線)을 형성하지 않고 있는 신당에 긁어 부스럼을 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창당이나 하면 그때 가서 보자』고 넘어갔다. 김단장도 『대통령께서도 급하게 뜻을 밝히는 분이 아니니 신중하게 보고 계실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에선 신당이 수도권의 영남출신표를 잠식할 경우 미세한 표차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승부에 유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예단은 금물』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들. 반면 영남권대책에선 비상이 걸렸다. 서석재(徐錫宰)의원의 탈당에 이어 한두명의 현역의원들을 포함, 공천자들 중 일부가 동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탈할 경우 영남권 진출을 통한 전국정당화라는 당면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진다. 민주당으로선 이 대목이 신당 출현으로 등장한 최대의 고민거리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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