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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의 옛말은 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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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의 옛말은 장터?

입력
2000.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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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나 어린아이들에게 「장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마 컴퓨터를 가리키기 십상일 것이다. 컴퓨터 안의 인터넷 쇼핑몰이 그들에게는 곧 장터로 기억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장터는 그렇지 않았다. 냉혈의 전자공간이 아니라, 따뜻한 인간의 피가 흐르는 어물전과 국밥집, 신기료장수와 뻥튀기장수, 장거리를 이고지고 가는 아주머니 아저씨, 장터거리에 나오기만 해도 괜히 처녀총각처럼 들뜨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5일장이었다.「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실천문학사 발행)은 바로 이 우리 전래 장터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글의 모음이다. 10여년간 전국을 돌며 장날풍경을 사진에 담아온 사진작가 이흥재(46)씨가 눈으로, 시인 안도현(39)씨가 목소리로 담아내 합작한, 유행어로 「퓨전」적인 성격의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다.

이씨의 사진들에서는 장터의 「풍경」만이 있는게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농사꾼 어머니의 땀과 눈물이 배어있고, 막걸리 한사발에 흥얼거리며 갈치 한 마리 사들고 돌아오는 팔자걸음 아버지의 한숨과 쓸쓸함도 묻어있고, 무엇보다 그들이 귀가하기를 아랫목에서 기다리는 식구들의 그리움이 고여있다. 이씨는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도현씨는 이씨의 소망을 글로 버무려냈다. 「미안하다/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다 먹는다」는 고은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하며, 흥정과 소란과 풍요와, 때로 벌어지는 주먹다짐의 싸움 모습까지 그는 또 다른 눈으로 우리 장터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 모습이야말로 이제는 희미해져가는 우리네 삶의 한 전형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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