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고려대학교 총장 졸업식사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미증유(未曾有)의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분들은 굳은 의지와 결심으로 학문적 연찬의 과정을 거쳐 이제 한 성숙한 지성으로 또 다른 출발의 계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열린 마음과 실천적 지성을 갖춘 여러분이 나아가야 할 세계는 지금 불확실한 변화속에 자기혁신의 명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한국사회는 구조화한 비효율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사회적 정의와 인간적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중첩된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우선 자기발전의 과제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지적 능력을 계발하고 인격적 성숙을 이루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체적 삶의 가능성과 직결돼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변화 자체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세계화나 정보화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나 가치를 보장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의 실현을 위해선 정보와 지식 못지 않게 삶의 지혜와 겸허한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자기정체성의 계발에는 고도의 상상력과 도덕성이 요구되며 성숙한 사회란 개인의 무한경쟁이 아닌 협동과 신뢰로서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우리 학교가 추구해온 열린 지성은 삶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라는 근본전제에서 출발하는 겸손한 지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려대는 정보화기반 구축에 과감한 투자로 정보화·국제화를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석별의 아쉬움을 나눠야 할 시간입니다. 고려대학교의 위대한 민족정신과 불굴의 투지, 진취적 기상은 졸업생 여러분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0년 2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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