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아빠, 도와 주세요』지난 연말 과천 서울대공원은 연일 「비상사태」로 몸살을 앓았다. 롤랜드고릴라종인 「고돌이」를 비롯해 오랑우탄, 침팬지 등 유인원관의 식구들이 음식을 거부한채 마냥 바닥에 늘어져 있거나 우울증 등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백방으로 손을 써도 효과가 없자 다급해진 동물원측은 가을에 정년퇴직한 이길웅(李吉雄·58)씨를 「긴급수배」했다. 달려온 이씨가 『고돌아』하고 부르는 소리에 고돌이가 벌떡 일어나 이씨의 품에 뛰어들었다. 고돌이의 이상증세는 이 순간부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내내 잔병에 시달려 기력을 잃었던 오랑우탄 「보배」도, 우울증에 빠졌던 맨드릴 원숭이도 모두 언제 그랬느냐는 등 아연 활력들을 되찾았다. 97년 체중미달로 태어난 보배는 이씨가 몇달을 배 위에 올려놓고 체온을 전한 덕에 극적으로 살아났었고 맨드릴 원숭이는 늘 빨간 엉덩이를 이씨에게 갖다 대면서 「사랑」을 표시하던 놈이었다.
원숭이들의 「단식투쟁」과 잔병이 결국 「아빠를 잃은 슬픔」 때문이었음을 깨달은 대공원측은 전례를 깨고 지난달 말 정년퇴직 4개월여만에 이씨를 전격 「재기용」했다.
『「아이」들과 다시 생활하게 된 것이 너무 고맙다』는 이씨는 『35년간 원숭이들을 팔에 안고 지내는 동안 털을 뽑고 핥아주는 애정표현 방식때문에 머리카락이 남아나지 않았다』며 훤한 이마를 가리켰다.
요즘 매일 세차례씩 관람객에 유인원관을 설명하고 원숭이를 돌보는 틈틈이 사료까지 직접 챙기느라 여념이 없는 이씨는 『태어날 때부터 돌본 침팬지 「똘똘이」와 「갑순이」가 어느 덧 합방할만큼 자라 곧 「손자」를 보게된다』고 자랑했다. /장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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