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원유 증산에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배럴당 30달러선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내달 석유수출구기구(OPEC) 각료회의를 기점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23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폐막된 GCC 석유장관회의는 원유 증산에 대한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나 증산 자체에는 의견일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고위관리는 『각국 석유장관들이 구체적 증산량까지 논의했다』면서 『증산량을 결정하기 위해 다시 회의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로써 내달 2일 OPEC의 사우디아라비아와 베네수엘라, 비(非)OPEC의 멕시코등 3국간 회담과 27일 OPEC 각료회의에서 원유 증산을 결의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국제 유가는 이 두 회의의 결과에 맞춰 4월부터는 차츰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향후 국제유가는 산유국들의 원유 증산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므로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배럴당 20-25달러선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UAE도 이 정도의 가격대를 원하고 있다.
GCC 장관들은 원유 증산량으로 현재 하루 세계 원유생산량 2,300만 배럴의 8-10%인 200만-250만 배럴 정도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25달러선으로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 200만 배럴의 증산이 필요하며, 그 이하일 경우에는 고유가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단숨에 이 가격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시장을 지배하기를 원하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한꺼번에 늘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UAE 관리는 『GCC 회원국들의 증산량은 점진적으로 늘어 하루 150만 배럴선까지 확대될 것이며, 이후의 생산량은 시장 수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GCC내에서도 쿠웨이트는 증산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란 등 일부 산유국들도 증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OPEC국가 대부분이 비(非)OPEC 국가들에 의한 시장잠식을 꺼리고 있고, 미국이 빌 리처드슨 에너지장관의 중동순방 등을 통해 유가 안정을 위한 압력을 계속하고 있어 원유증산에 따른 유가 하락세가 대세라는 관측이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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