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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또 사형집행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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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또 사형집행 결정

입력
200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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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가도에 사형제도가 다시 돌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조지 W 부시 미 텍사스 주지사는 24일 텍사스주에서 그동안 국제무대로까지 비화해 논란을 빚던 한 할머니의 사형집행을 최종결정했다. 특히 공화당원으로서 부시가 내세워 온 보수주의가 「자비로운 보수주의」라는 점에서 선거정국은 물론, 인권차원에서도 다양한 논쟁을 부르고 있다.

부시 주지사는 이날 2명의 전 남편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 판결을 받은 베티 로우 비츠(62·여)의 사형집행 유예 청원을 거부했다. 비츠는 이날밤즉각 독극물 주사 방법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비츠는 미 대법원이 1976년 사형제도를 인정한후 4번째, 텍사스주에선 남북전쟁후 2번째로 사형이 집행된 여성이다. 5명의 자식과 9명의 손자, 6명의 증손자를 둔 그는 텍사스주에서 1982년 사형집행을 재개한 이후 처형된 208명 중 최고령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해왔고, 가족들은 그가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다고 주장, 동정론 마저 제기됐다.

때문에 비츠에 대한 사형집행 여부는 인권 및 종교단체는 물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아왔다. 유엔인권위원회가 부시에게 사형집행 연기를 요구하는가 하면 인권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도 『사형집행을 연기한다면 당신이 표방한 「자비로운 보수주의」는 더욱 빛날 것』이라면서 『용기를 보여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부시 주지사는 『사건을 면밀이 검토한 결과 재판부의 판결에 동의한다』면서 서면을 통해 이들의 요청을 거부했다. 텍사스 주법은 주지사가 최종적으로 30일간 사형 집행 유예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부시가 주지사로서, 특히 대권 후보로서 곤혹스런 결정을 내려야 했던 이날 오후 주지사 사무실에는 사형집행 연기를 요구하는 내용의 전화가 무려 2,108통이나 걸려왔다.

부시의 이번 결정이 박빙의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시의 당내 라이벌인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나 앨 고어 부통령등 민주당의 대권 후보들도 여론의 향방을 면밀히 타진하며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길 주저하고 있다.

사형제도존폐문제는 낙태허용여부 만큼이나 언제나 미국사회를 뒤흔드는 대형이슈이기 때문. 섣부른 입장 표명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예단하기 어렵다. 지지그룹, 또는 반대그룹의 반응에 따라 뜻하지 않은 표의 이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1995년 1월 주지사 부임 이후 121번째로 사형집행을 결정한 부시는 확실하게 「사형 찬성론자」로 낙인찍히게 됐다. 특히 부시의 텍사스주는 미국내에서 가장 사형집행 건수가 많은데다 국선변호인제도 마저 없어 지금껏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인권운동가인 윌리엄 슈트는 『「인권 불감증」 환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츠의 변호사인 조 마길레스도 『부시의 행동은 비정함의 극치』라면서 『그는 비겁한 사람』이라고 힐난했다. USA투데이가 「할머니 사형되다(Grandmother Executed In Texas)」라고 제목을 붙이는 등 미국의 대부분의 언론들은 비츠의 죽음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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