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스프도 만든다구요?풋풋한 풀내음이 식욕을 자극하는 계절이다. 쑥과 냉이, 달래와 씀바귀, 원추리, 두릅, 돌나물…. 이맘때 들판이나 산기슭에 파릇파릇 새싹을 틔우는 푸성귀들을 볼 때 우리의 미각은 봄을 느끼고 싶어한다. 「봄에는 쓴 맛」이란 옛 말도 있듯이, 겨우내 움추러든 입 맛을 되살리는 데는 쌉싸름한 봄나물이 제격이다. 아침 식탁에 오른 상큼한 봄나물을 맛 볼 때 우리의 생체리듬은 비로소 봄을 맞을 채비를 한다.
봄나물은 으레 국이나 찌개에 넣거나, 초고추장 따위에 생채로 무쳐 먹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약간의 아이디어만 보탠다면 서양요리와도 다양하게 궁합을 맞춰볼 수 있다. 63빌딩 「스카이뷰」 구본길조리장은 『봄나물은 주로 알칼리성 식품이라 기름진 음식의 산성을 중화시켜 소화를 돕는 작용을 할 뿐 아니라 쌉싸한 향미가 있어 모든 요리에 상큼한 맛을 더하는 데 안성맞춤』이라며 『서양식 드레싱에 곁들여 샐러드를 만들어 먹어도 좋고 수프나 샌드위치, 볶음밥 등 다양한 분야에도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구조리장의 도움말로 색다른 봄나물 활용법을 배워보자.
■봄나물의 다양한 변신
다른 채소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향미를 지닌 봄나물은 특유의 맛과 향을 잃지 않으면서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나물은 날로 무쳐 먹는 생채와 살짝 데쳐 무쳐 먹는 숙채가 있는데 두가지 조리법 모두 나물이 가진 본래의 빛깔이나 형태, 맛을 잃어서는 안된다.
생김새와 매운 맛 때문에 「산에서 나는 마늘」로 불리는 달래는 삶으면 비타민 C가 60∼70%가량 파괴되므로 날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달래 200g 기준으로 설탕물(물2컵, 식초4큰술, 설탕1큰술)에 1시간 정도 담궈두면 매운 맛이 가신다. 조리할 때 식초를 곁들이면 비타민C가 파괴되는 시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칼슘의 함량과 철분이 많은 냉이는 날로 먹는 것보단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조개나 마른 새우를 넣고 된장국을 끓이거나 살짝 데쳐 된장으로 무치고, 전을 부치기도 한다. 씀바귀와 함께 버터에 볶다가 새우를 넣고 볶음밥을 만들면 상큼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는 맛을 연출할 수 있다. 볶음밥에 씀바귀를 활용할 땐 씀바귀 뿌리의 쓴 맛을 줄이기 위해 삶은 뒤 찬 물에 오랫동안 우려내도록 한다. 또 냉이는 삶지 말고 볶아야 향이 유지 된다.
복통완화와 해독작용 등 약리효과가 많은 쑥은 생크림과 버터, 감자를 곁들여 수프를 만들면 색깔도 곱고 맛도 잘 어울린다. 단 쑥은 오래 끓일 경우 변색되기 쉬우므로 다른 재료가 다 익었을 때 넣고 빠른 시간 안에 끓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외에도 미나리나 냉이, 봄동 등을 데친 뒤 믹서에 갈아 비슷한 방법으로 수프를 만들면 봄내음을 흠씬 만끽할 수 있다. 쑥으로는 수프 외에도 밀가루반죽을 묻혀 튀기는 쑥튀김, 다진 쇠고기와 다진 쑥으로 완자를 빚어 끓이는 쑥완자탕도 만들어 볼 만하다.
■자연산 봄나물 고르기
야생상태에서 자란 봄나물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는 채소류와는 달리 쓴 맛이나 떫은 맛이 강하고 유효성분과 영양분도 풍부하므로 이왕이면 자연산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봄나물은 여리고 연하면서 색이 짙어야 하고 만졌을 때 부드러우면서 습기가 많은 것을 고른다. 냉이의 경우 뿌리는 가늘고 떡잎은 갈색이 진하게 나는지 살핀다. 씀바귀는 온실에서 재배된 것은 뿌리가 흰 색인데 반해 자연산은 노란빛이 강하다. 미나리는 뿌리 색깔이 자줏빛이 나면서 줄기가 많은 것, 취나물은 잎이 작고 새파란 것, 달래는 싹이 가늘고 뿌리가 흰 것, 돌나물은 크기가 작은 것이 자연산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봄나물 모듬샐러드
▷ 봄동 5g, 돌나물 2g, 취나물 3g, 돌미나리 5g, 양상추 5g, 붉은 피망 3g, 당근 3개, 야채소스 40㎖
봄나물을 깨끗이 손질한 다음 흐르는 물에 씻어 한데 모아둔다→붉은 피망과 당근은 아주 가늘게 채썬다→양상추를 접시에 모양있게 놓고 봄나물과 붉은 피망, 당근 채썬 것을 보기좋게 올린 뒤 야채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야채소스 만들기 당근 30g, 양파 30g, 청피망 20g, 붉은 피망 20g, 토마토케첩 50g, 식초 100㎖, 식용유 150㎖, 백포도주 200㎖, 소금·후추 적당량/모든 야채를 채썰어 식용유를 두른 냄비에 넣고 볶다가 토마토케첩과 식초를 넣고 졸인다→내용물을 믹서에 간 뒤 고운 체에 내리고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쑥 크림수프
▷쑥 100g, 감자 20g, 백포도주 10㎖, 닭고기육수 1,000㎖, 양파 20g, 마늘 5g, 쌀 20g, 생크림 20㎖, 소금·후추·버터 약간씩
쑥은 손질하여 잘 씻어둔다→마늘과 양파를 잘게 다지고 감자는 얇게 썰어둔다→프라이팬에 다진 마늘과 양파, 버터를 넣고 볶다가 감자와 쌀을 섞어 계속 볶는다. 어느 정도 익으면 와인을 넣고 살짝 졸인다→닭육수를 붓고 은근한 불에서 끓인다→감자와 쌀이 완전히 물러진 상태가 되었을 때 쑥을 넣고 계속 끓인다→내용물을 믹서기에 갈아 고운 체에 내린 다음 냄비에 옮겨 생크림을 넣고 살짝 더 끓인다→버터를 넣어 버터가 녹을 즈음 그릇에 담아낸다.
■취나물 샌드위치
▷ 식빵 4쪽, 취나물 5g, 봄동 5g, 돌미나리 5g, 냉이 5g, 햄 5g, 치즈 5g, 야채소스 20㎖, 싸우전 아일랜드 드레싱 20㎖, 겨자·버터 약간씩
겨자와 버터를 잘 혼합하고 식빵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는다→봄나물들을 잘 손질하여 모두 채썰어둔다(냉이는 잔뿌리 제거하고 큰 뿌리만 사용한다)→햄과 치즈는 성냥개비 길이로 약간 넓게 썰어둔다→취나물과 봄동에 햄과 치즈를 섞어 야채소스에 버무린다→돌미나리와 냉이에 햄과 치즈를 섞어 싸우전 아일랜드 드레싱에 버무린다→식빵에 겨자·버터 혼합한 것을 바르고 야채소스에 버무린 취나물과 봄동을 얹고 식빵을 덮어 눌러둔다(드레싱에 버무린 돌미나리와 냉이도 마찬가지)→완성된 샌드위치를 모양있게 잘라 접시에 담아낸다.
■씀바귀·냉이 볶음밥
▷ 밥 100g, 씀바귀 뿌리 5g, 냉이뿌리 5g, 원추리 10g, 청피망 5g, 붉은 피망 5g, 양파 5g, 새우 10g, 버터·소금·후추 약간씩
씀바귀뿌리를 깨끗이 손질해 삶은 뒤 찬 물에 넣어 쓴 맛이 빠지도록 우려낸다→원추리는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찬 물에 식혀 물기를 제거해두고 냉이뿌리는 깨끗이 씻어놓는다→피망과 양파, 냉이뿌리, 씀바귀뿌리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썬 다음 버터를 두른 프라이팬에 넣고 잘 볶는다→적당한 크기로 썰어둔 새우를 넣고 계속 볶다가 밥을 섞어 볶음밥을 만든다→커피잔 같은 용기에 볶음밥을 채워넣고 눌러준다→원추리나물을 야채소스에 묻혀 접시에 모양있게 놓고 용기 속의 밥을 엎어놓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