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총재는 25일 기자회견에서 두개의 타깃을 동시에 겨냥했다. 공천 파문이 촉발한 당내 반발을 조기에 누그러뜨리는 것이 하나요, 흩어진 민심을 추스리는 것이 또다른 하나다. 총선을 위한 당연한 전략 목표다.두가지 목표에 대해 이총재는 각각 다르게 다가섰다. 국민들에게는 정서적 접근법을 썼다. 논리로 국민을 설복시키지 않고 가슴으로 개혁 공천의 당위성을 설득하려 했다. 실제 이날 이총재는 이전과는 딴판이었다. 입을 꼭 다문 평소의 단호한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껏 힘이 들어갔던 종전과는 달리 목소리에 온기가 묻어났다. 『새로운 모습을 봤다』고 말한 당직자도 있었고 『지금까지의 회견문 중 가장 감성적이었다』는 평도 나왔다. 『제가 부덕한 탓』 『깊은 고뇌와 번민』 『저의 심정은 말할 수 없이 아프고』 등의 표현을 썼다. 탈당 인사들의 비난에 대해서도 『비난을 겸허한 마음으로 감내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자신을 낮추는 모양새를 취했다.
공천을 비판하는 당내 인사를 향해서는 유연하면서도 이성적으로 대응했다. 개혁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쪽으로 수습의 가닥을 잡았다. 반발 움직임을 힘으로 누르지 않고 품안에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이총재는 인책론에 대해서는 『지금은 당의 결속이 우선』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총선 후 재신임을 묻겠다고 약속하고 부총재단 경선제와 예비선거제 도입을 다짐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해 나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_상도동을 방문한 이유와 대화 내용은.
『전직 대통령이자 정계원로께 혼란스런 사태에 대한 충고와 격려를 듣기 위해서 갔다. 개혁 공천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나의)미숙한 일처리로 인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국민 앞에 혼란스런 모습을 보여주고, 정국이 다당으로 쪼개지는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심경을 말했다. 더이상의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_개혁공천은 3김청산과 맥이 닿아 있는데 상도동 방문은 모순 아닌가.
『조언과 충고를 받고자 간 것이다. 나라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가 희구하는 정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이다. 개혁공천의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_당내 비주류들이 인책론을 제기하고 있는데
『우리 당이 제자리를 찾고, 이 정권의 독선, 독재를 바로잡으려는 진심에서 나온 것이다. 공천에 잘못이 있었다면 전적으로 총재에게 있다. 우선 당이 결속하는 게 시급하다』
_개혁 공천이라지만 포용력 한계를 드러낸 것은 아닌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대권 경쟁을 의도하거나 사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 변화에 우리 스스로 많은 변화와 자기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뜻을 받드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다』
_공천 탈락자들이 인간적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는데
『사실 나도 가슴 아프다. 내가 부족한 소치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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