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세계화 시대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은 시대적 명령이며 또한 요청이다. 이에 맞게 교육부가 영어 수업 언어를 영어로 하도록 한 것은 방향만은 제대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책에 나오게 된 배경은 다음 두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영어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영어 시간의 대부분을 우리말로 가르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며 둘째는 현재의 교사 연수만으로는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이다.
즉 교사 스스로가 꾸준한 자기 연수를 통해 영어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사랑받는 교사가 될 수 없다는 불안 동기를 암암리에 심어주어 교사들로 하여금 짧은 시간 내에 의사 소통 능력을 기르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유인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어 교사를 먼저 양성해 놓은 다음에 이 정책을 점차적으로 확대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자의 의견에 대해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의사 소통 능력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우리의 경우 10∼20년 전부터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자는 많은 운동이 학계에서 일어났으나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전이 거의 없었다.
어떤 정책이든 정책시행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급을 요하는 정책은 조건이 다소 갖추어지지 않더라도 일단 시행한 후 점진적으로 조건을 갖추는 것이 목적 달성을 위한 지름길이다. 영어로 수업하도록 한 정책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준비 또한 서둘러야 한다.
한 편 이 정책이 수정 없이 시행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장에 무리 없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실시년도를 1년 이상 늦추어 교사가 자기 연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초등학교의 경우 영어교사 전담제를 먼저 실시하며, 영어교안을 마련하고 CD-ROM 타이틀을 제작 보급하는 등 선행조건이 필요하다.
차근차근히 단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만이 교사들의 불평을 줄이면서 영어 교육의 혁신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진황·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반대
교육부는 주당 1회정도는 영어로 하는 영어수업을 하기로 하면서 시대적 흐름에 따른 영어 교육 확대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는 당위성면에서나 타당성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1997년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된 영어 교육을 보라.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 20개에 달하는 시청각 자료는 불과 9개월만에 제작되었고, 초등학교 교사는 120시간 단기연수만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 교육이 이처럼 졸속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인데 그후로도 교사들의 능력향상을 위해 특별한 조치를 취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마당에 교육부가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계획, 그리고 그 파장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영어로만 하는 수업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졸속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는 초·중·고의 학급당 학생 수를 2004년까지 35∼40명으로 감축시키겠다고 했지만 생활영어를 가르치기에는 이 숫자로도 어림없다.
또한 교육부는 부족한 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어민 교사와 현직 교사 연수 강화, 교원양성기관의 영어교육 강화 및 임용시험에 영어회화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더욱이 학생들의 영어수업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교·사대 교육과정에 대한 검토가 함께 병행되어야 하는데도 교육부는 단지 영어교육 강화와 임용고시에 반영이라는 주먹구구식 대책에 머무르고 있다.
교육부의 준비 없는 영어교육 강화 방침은 학교영어 교육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개인 과외 열풍 등 사교육비 부담을 더욱 늘릴 것이며 자칫하면 학생들에게 우리말에 대한 경시 풍조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다. 인터넷 등의 발전으로 영어의 필요성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지만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영어교육 강화 방침을 밀어 붙이는 것은 영어 교육의 효율성을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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