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혼조세와 금융환경 변화 등으로 시중 여유자금이 은행 후순위채와 특정금전신탁 등 안정적인 고액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뭉칫돈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고위험·고수익보다 장기적인 안정성쪽으로 투자전략을 선회하고 있다는 반증이다.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각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잇따라 발행하고 있는 후순위채가 판매 당일 「매진 사태」를 빚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환은행이 21일부터 일반 창구에서 판매한 1,000억원 규모의 5년만기 후순위채는 불과 5시간 만에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은행측은 곧바로 500억원어치를 추가 발행했지만 역시 다음날인 22일 오전 모두 팔렸다. 하나은행도 이달초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하루만에 모두 판매했으며, 신한은행은 14일부터 순수 개인을 대상으로 후순위채 1,500억원어치를 내놓아 22일까지 모두 판매했다. 이같이 후순위채가 큰 인기를 누리자 한빛·한미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후순위채 발행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상품에도 최근들어 자금이 급속히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18일까지 은행권 전체 특정금전신탁 잔고는 지난해 말보다 무려 1조8,385억원이나 증가했다. 2월 들어서만도 4,726억원의 신규자금이 몰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업 고객이 많은 편이지만 순수 개인들의 자금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자금의 특징은 대부분 1억원 이상의 고액 뭉칫돈이라는 점. 후순위채는 외환은행의 경우 개인당 평균판매액이 1억3,500만원에 달했으며, 특정금전신탁도 최소 판매단위가 1억-5억원에 이른다.
개인들의 투자전략 전환은 주식시장 침체와 함께 예금자보호법,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상품이 분리과세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데다 금리도 10-11%대로 비교적 높다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
외환은행 자금부 이상면(李相勉)팀장은 『5년 만기 이상 후순위채의 경우 분리과세 대상에 포함돼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하는 뭉칫돈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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