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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서구화로 신종 질병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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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서구화로 신종 질병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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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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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우리의 체형이 점점 서구화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중·고교에선 180㎝ 이상의 장신이 드물었지만, 지금은 한 반에도 10여명씩이나 된다. 비만 청소년도 크게 늘어 전체의 10% 이상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서울시교육청 자료). 이런 체형의 변화로 인해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던 거대유방이나 코가 휘는 비중격(鼻中隔) 만곡증, 허파에 바람이 드는 기흉(氣胸) 등의 신종 질병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청소년 비만에 따른 거대유방

성형외과학계에 따르면 유방성형의 경우 수년 전까지만 해도 유방확대 수술이 주류를 이루었다. 풍만한 유방을 가진 서구형 미인을 선호하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비만 환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유방 크기를 줄이려는 여성이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방성형 전문인 심형보성형외과의 경우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방축소를 원하는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유방축소 수술을 받으려는 여성이 크게 늘어 지난 해 상반기엔 확대 수술(22명)보다 2배 이상 많은 46명이나 됐다.

이 병원의 경우 유방축소 수술 환자가 유독 많은 편이지만, 다른 성형외과도 거대유방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매년 10~20%씩 늘고 있다. 유방이 작은 경우 외모상 콤플렉스만 느낄 뿐이지만, 유방이 지나치게 크면 요통 등으로 생활에 큰 불편을 느껴 축소 수술을 원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18세 미만 여성의 유방성형 수술 중 68%가 축소 수술이다.

심형보원장은 『미국 20대 여성의 한 쪽 유방 크기는 평균 300~350㏄인 반면 우리나라 여성은 약 200㏄정도로 추정된다』며 『하지만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사춘기 비만이 급증, 500-600㏄이상 되는 거대 유방을 가진 여성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심원장이 최근 일반여성 300명을 대상으로 유방크기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은 69명(23%)에 불과했으며, 「그저 그렇다」 57명(19%), 「불만족」 174명(61%)으로 조사됐다.

얼굴이 길어 코가 휘는 만곡증

만성 코막힘을 호소하는 청소년도 급증하고 있다. 주원인 중 하나는 코 가운데에 위치해 왼쪽과 오른쪽 콧구멍을 나누는 일종의 벽인 비중격이 어느 한 방향으로 휘어져 코막힘, 출혈, 호흡장애 등을 일으키는 비중격 만곡증.

199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비중격 만곡증은 전 인구의 2%에 불과했다. 서양인에 비해 코가 작고 얼굴이 넓기 때문에 발생률이 극히 낮은 질병으로 여겨져 온 게 사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체형이 서구화하면서 발생률이 5-6%선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영기이비인후과의 경우 비중격 만곡증 수술이 전체 수술의 3분의 2나 된다. 김원장은 『3-4년 전만 해도 1주일에 고작 1-2명을 수술했지만, 요즘은 1주일에 평균 6명 이상을 수술할 정도로 환자가 늘었다』며 『대개 얼굴 성장이 끝나는 17~8세 고등학생에게서 많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김원장은 『비중격 만곡증은 선천적 요인이나 외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최근엔 체형이 서구화하면서 서양사람처럼 비중격이 크고 두꺼워져 기형적으로 휘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키 크고 여윈 체형의 기흉

기흉은 말 그대로 허파에 바람이 드는 병. 폐의 표면이 약해져 구멍이 뚫리면서 폐와 흉벽 사이의 흉막강에 공기가 차는 병이다. 평소 건강하고 키가 큰 젊은 남성이 갑자기 숨이 차는 등의 호흡곤란이나 가슴에 통증이 오는 경우엔 기흉일 가능성이 높다.

강북삼성병원과 마산삼성병원 흉부외과팀이 1989년과 1999년 기흉으로 수술받은 환자를 비교한 결과 30세 이상은 87명에서 133명으로 53% 증가한 반면, 30세 이하 젊은 층은 69명에서 178명으로 158%나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기흉은 키가 크고 마른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최근 젊은층의 평균신장이 커지고 있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은 폐의 길이가 길고 폐 윗부분의 공기압이 높아 기흉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오태윤교수는 『기흉은 담배를 피우는 키 180㎝ 이상의 남성에게 발생 위험이 가장 높다』며 『활동량이 많아지면 공기가 많이 새어 나가 증세가 악화하므로 안정을 취하면서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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