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산업이 커져야 우리도 큰다』폭스 코리아에 이어 콜럼비아 코리아도 한국영화 투자에 나선다. 콜롬비아 권혁조 사장은 최근 『미국 본사에서 한국영화 제작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선정 과정부터 참여해 작품과 제작사 결정되면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해외배급에 앞장서겠다는 것. 콜럼비아의 아시아 영화 제작투자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번째. 콜럼비아는 중국 장이모 감독이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장상을 받은 「책상서랍 속의 동화」, 올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집으로 가는 길」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하고 전세계 49개국의 배급까지 맡았다.
콜럼비아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영화 역시 제작지원은 물론 세계 배급에 또 다른 활로를 찾게 됐다. 특히 콜럼비아의 해외투자는 장이모 감독의 영화가 말해주듯 상업적 이익만을 노린 작품보다는 각국 유명감독의 대작이나 예술영화를 선호하고 있어 한국영화의 규모와 다양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이와 관련, 『제작비에 관한 한 상한선을 정하지 않았다. 한 영화에 몇천억씩 투자하는 미국 실정을 감안하면 100억원이 넘는 투자도 가능하다. 장르에 관계없이, 모든 영화인들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밝혔다.
미국 직배사의 한국영화투자는 지난해 폭스 코리아가 처음 시작했다. 98년 타이타닉으로 엄청난 흥행수익을 거둔 폭스 코리아는 그 수익의 일부인 60억원을 「비디오 판권구입」 이란 형식으로 시네마서비스의 한국영화 제작에 부분 투자했다. 폭스 코리아가 지금까지 투자한 작품은 「연풍연가」 「인정사정 볼것 없다」 「텔 미 썸딩」 「주유소습격사건」 등 12편. 당초 예상했던 액수보다 돈이 모자라자 본사에 대출형식으로 빌어 모두 100억원을 투자했다. 폭스 코리아는 앞으로도 한국영화 부분 투자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 두 직배사의 한국영화투자는 같은 직배사이지만 높은 수수료를 챙기며 한국영화를 배급해 주는 월트디즈니와는 완전히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철승 폭스코리아 이사는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한국영화산업이 커져야 외화시장도 커진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인식은 최근 한국영화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고, 「쉬리」의 해외시장에서의 호평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물론 한국영화의 수익까지 노린다는 비난은 있지만 작품 규모의 확대와 다양화, 그에 따른 해외시장 확대라는 반사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국에 미국 직배사가 들어온 지 올해로 12년. 이들은 폭스나 콜럼비아처럼 「함께 커 나가는」 직배사와 월트디즈니 워너 브러더스처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영화만 팔아먹는」 직배사로 양분되고 있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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