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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적고 깊은 산 속에서 크는 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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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적고 깊은 산 속에서 크는 약수

입력
200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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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행, 테마를 「건강」으로 정하면 어떨까. 고로쇠약수가 여무는 계절이다. 지리산 백운산 등 남녘 기슭에 약수통을 메고 산을 오르는 행렬이 시작됐다. 봄 소식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정갈한 약수 한 잔을 마시고 한 해의 건강을 다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로쇠약수란

고로쇠나무의 수액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 높이 20㎙까지 자라며 5월에 연한 황록색의 꽃을 피운다. 목재는 치밀하고 단단해 잘 갈라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역, 특히 해발 400㎙ 부근 어디에나 있는 흔한 「단풍나무」이다. 그러나 공해가 적고 산이 깊은 지리산 일대, 경기 남양주시 주금산 일대, 거제도 등에서 나는 것을 주로 마신다. 지리산의 화엄사일대, 피아골, 뱀사골, 쌍계사 인근에서 많이 난다.

수액에는 염산이온 황산이온 마그네슘 칼륨 칼슘 등 미네랄성분이 일반 물의 40배 이상 녹아있다. 성분 대부분이 이온화해있어 체내 흡수가 빠르다. 산후통 고혈압 위장병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30-50년 수령의 나무에서 채취되고 경칩(3월5일)을 전후해 나오는 수액의 효능을 으뜸으로 친다.

약수에는 여러가지 전설이 내려온다.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의 이야기가 대표적. 백운산에서 도를 닦던 그가 이른 봄 득도해 일어나려 하니 무릎이 펴지지 않았다.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서던 그는 가지를 부러뜨렸고 나무의 상처에서 떨어지는 수액을 마시고 무릎을 펴게 됐다. 그래서 「골리수(骨利樹)」라 했고 이후에 고로쇠나무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채취법

은 크게 두 가지. 나무에 도끼나 톱으로 V자형 상처를 내 흐르는 수액을 채취하는 사구법과 직경 1-2㎝의 구멍을 뚫어 호스를 연결하는 천공법이다. 요즘에는 상처가 적고 구멍에 직접 연결해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아 위생적인 천공법이 많이 쓰인다. 물론 아무나 채취하다가는 낭패를 당한다. 산림청은 무분별한 수액채취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수액채취 관리지침을 만들었다. 사유지는 시장이나 군수, 국유림은 지방산림관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 1,500만원 이하의 무거운 벌을 받는다.

마시는 방법

은 다양하다. 짭짤한 과메기나 오징어구이, 땅콩 등을 안주처럼 먹으면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이 마시기 위해 온돌방에 불을 지피고 땀을 흘리며 하루종일 들이켜는 사람도 있다.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약간 섞여 있을 뿐 역한 맛이 없어 누구나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약수로 밥을 짓거나 닭백숙을 끓여 먹는 방법도 있다. 고로쇠약수는 맑다. 컵에 따라보아 물빛이 탁하면 변질된 것이다. 약수는 온도가 낮을 때에는 1주일 이상 가지만 따뜻해지면 2-3일만에 상한다.

고로쇠약수가 유명해지면서 유사품이 많이 나돈다. 영농조합이나 상가번영회등 지리산 일대의 각 단체에서 채취해 봉인을 한 것이 안전하다. 해마다 지리산프라자호텔(0664-782-2171)에서 약수를 판매한다. 올해 가격은 18ℓ에 5만5,000원, 10ℓ3만원, 2ℓ1만원선이다. 통신판매도 하는데 택배비용 6,000원이 추가된다. 뱀사골의 지리산천왕봉산채식당(대표 장만호·0671-626-1915)도 대규모로 약수를 판매한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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