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춘천시만큼 드라이브 명소가 많은 곳도 드물다. 도로가 강과 호수, 산을 끼고 돌기 때문에 자연히 주변의 경치가 볼만하다. 가는 길부터 그렇다. 서울서 대성리, 강촌을 거쳐 춘천으로 이어지는 경춘국도는 1970년대부터 강변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은 길가에 줄지어선 모텔과 가든으로 시야가 가렸고 주말이면 만성 체증구간으로 악명이 높다. 경춘국도 외에 춘천시 동쪽 외곽을 돌아 소양호로 가는 일명 「파도타기길」, 홍천으로 이어지는 느랏재길, 화천에 닿는 5번 국도 등이 모두 드라이브를 하기에 좋다.또 있다. 소양호 입구인 신북읍 천전리에서 양구에 닿는 46번 국도 25.6㎞ 구간이다. 46번 국도는 인천에서 출발해 서울, 춘천을 거쳐 강원 고성군까지 국토를 동북쪽으로 횡단하는 총연장 231㎞의 기간도로이다. 대부분 관광·산업도로의 역할을 해 번잡하지만 천전리-양구 구간은 거의 오지처럼 남아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려 이용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이 길에는 「구절양장」이라는 표현이 제격이다. 절반은 산길이고 절반은 호숫가를 훑는다. 천전리에서 출발하면 마적산(785㎙), 청평사의 뒷 산인 오봉산의 배후령(600㎙)을 타고 넘는다. 지도를 펼쳐보면 길의 모습이 스웨터에서 막 풀린 털실처럼 꼬불꼬불하다. 잠깐 화천군에 들어갔다가 지금은 터널이 뚤려 한결 편해진 추곡령을 통과하면 다시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이다.
소양댐선착장에서 배가 도착하는 추곡선착장을 지나면 소양호의 북쪽 호숫길이다. 길은 양구선착장까지 물을 떠나지 않는다. 소양호는 산을 막아 생긴 대표적인 계곡형 호수. 산기슭과 골짜기가 복잡한 물골을 만들었다. 길은 그 물골을 따라 좌우로, 위아래로 요동친다. 정신없이 핸들을 돌리다보면 어깨는 물론 다리까지 뻐근해진다. 평균시속 20㎞. 바쁜 사람은 피해야 할 길이다.
아침 동 틀 무렵이 가장 좋다. 호수의 물안개가 수면에 깔리고 그 위로 해가 어둠을 물리치는 신비로운 모습에 차가 저절로 멈춰 선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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