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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이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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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이 미소 짓는다

입력
200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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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1017-1995)의 귀향은 따뜻했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통영, 그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이역에서 눈 감을 때까지 꿈에도 못잊던 곳이다. 20일 끝난 통영현대음악제는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본격적으로 조망한 내실있는 행사였다.「윤이상을 기리며」라는 부제 아래 18일부터 사흘간 그의 독주곡·실내악·관현악으로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세 차례 연주회가 열렸고, 워크숍과 세미나를 겸했다. 전국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들과 음악학자, 작곡가, 연주자들이 대거 몰려 들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시내 곳곳에는 행사를 알리는 깃발이 펄럭였고 많은 주민들이 음악회에 와서 연주를 감상했다. 통영 사람들은 19일 이 지역에 내려오는 남해안 별신굿으로 그의 넋을 달랬다. 마침 「문화비전 2000 추진위원회」의 「새로운 예술」 모색 워크숍도 20일 통영에서 열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개막연주회는 김도기가 지휘하는 창원시립교향악단이 했다. 연주곡은 윤이상의 「신라」 「플루트협주곡」 「교향곡 2번」으로, 헝가리 태생의 마톤 베그가 플루트를 협연했다. 창원시향은 서울보다 여건이 안좋은 지방 작은 도시의 오케스트라이지만, 어려운 현대음악인 윤이상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냈다. 나중에 들으니 펜데레츠키, 루토스와프스키 등 20세기 현대음악을 꾸준히연주했고 그쪽으로 특성을 다지고 있는 단체다.

둘째날 연주회는 윤이상의 독주곡인 「다섯 개의 소품」「플루트연습곡」「솔로몬」과, 클라우스 후버의 가야금과 북을 위한 「거친 붓끝」 등 윤이상에게 헌정된 음악들이 연주됐다.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다섯 개의 소품」으로 완벽한 연주를 들려줬고, 다음날 이 작품으로 워크숍도 했다. 마지막날 윤이상의 실내악 연주회가 있었는데, 금호현악4중주단이 현악사중주 5번·6번, 피리목관5중주단이 「축제무곡」을 연주했고 특별 순서로 1966년 작곡한 「통영시민의 노래」가 바리톤 박수길의 노래로 처음 소개됐다. 「신라」「교향곡 2번」「플루트연습곡」「축제무곡」은 한국 초연이었다.

조선우 동아대 교수는 『통영현대음악제는 통영이 낳은 윤이상을 외국에서 숨진 지 4년 만에 위대한 음악가로 다시 낳는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하면서 『독일과 세계에서 이뤄진 윤이상 연구를 맹목적으로 따르던 데서 벗어나 우리 시각으로 윤이상을 수용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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