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8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선거에 또다시 대륙풍(大陸風)이 몰아치고 있다. 중국이 대만해협에 미사일을 쏘아대며 선거판을 흔들었던 1996년 처럼 이번에도 위협적인 발표를 통해 선거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다.중국은 21일 대만이 무기한 통일 담판을 거부할 경우 침공한다는 내용의 백서(白書)를 발표했다. 이는 대만이 독립하려 할 경우 외국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에 한해 무력사용을 천명했던 종래의 입장과는 차원이 다른,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해석됐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문제」라는 제목의 백서는 또 대만의 야당인 민진당이 검토중인 주민투표를 통한 양안(兩岸)관계 재규정 시도를 강력히 비판하는 한편, 「대륙의 민주화가 통일의 전제」라는 국민당측 주장도 일축했다.
중국은 더 나가 조만간 구체적인 통일 시간표를 제시해 대만을 압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2일 중국 당지도부가 최근 회의를 갖고 통일의 데드라인으로 2010년도 안을 심도있게 거론했다고 전했다. 회의에서는 『2007년까지 통일이 안될 경우 무력을 사용할 것임을 국제사회에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중국의 강경 드라이브는 총통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로 보인다. 대만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양안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의 통일정책에 빗나간 후보들을 걸러내고 우호적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하려는 것.
관측통들은 특히 백서 발간의 목적이 대만 독립을 표방해 온 민진당의 천수이볜(49·陳水扁) 후보와 지지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반면, 중국 후난(湖南)성 출신의 외성인(外省人)으로 상대적으로 온건한 중국관을 갖고 있는 쑹추위(58·宋楚瑜·무소속) 후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대만판 북풍(北風)」의 수혜자는 늘 집권당인 국민당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리덩후이(李登輝) 총통의 후계자인 롄잔(連戰·63) 후보가 가장 큰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連 후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도에서 陳후보나 宋 후보에 크게 뒤진 3위였으나 李 총통의 잇단 대중국 강경발언으로 안보 불안심리가 조성되고, 宋후보 개인에 대한 흠집내기가 성공함에 따라 1,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중국의 진정한 속셈이 무엇인지는 조금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총통선거에서도 중국은 겉으로는 李총통의 「대륙풍」 조작에 속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만 정국을 중국에 유리하게 재편해 보자는 계산된 행동이었다는게 일반적 견해다. 대만 총통후보들도 아직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사실상 현상 유지 이상의 통일론은 자제하고 있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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