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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장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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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장모집

입력
2000.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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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프리텔은 공기업인 한국통신의 자회사이다. 정보통신 열풍의 한가운데 서있는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17조억원이다. 현대자동차의 시가보다 6배 이상 비싸다. 이 회사가 일간지를 통해 사장모집 광고를 냈다. 「정보통신 전문경력과 글로벌 경영능력을 갖춘 21세기형 전문경영인을 모십니다」_ 이런 자격을 갖추고 경영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매력적인 메시지다. 어떤 사람이 이 노른자위를 차지할지 궁금하다.■그러나 사장모집의 내막을 들어보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 기분은 별로다. 집권여당이 경영을 잘 해나가고 있던 사장을 뽑아내어 국회의원 공천을 맡기다시피 했다고 들린다. 그게 아니고 본인이 공천을 원했다고 한들 씁쓸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런 중요한 정부투자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선거에 임박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면 이 기업의 모회사인 한국통신, 그리고 그 한국통신을 지배하는 정부의 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통프리텔의 지배구조적 정점에 있던 남궁석 정통부장관도 선거가 임박해서 정치를 찾아 떠나버렸다. 떠난 것이 아니라 여당의 요구에 배겨나지 못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관료사회는 물론 정보통신분야에서도 나름대로 비전을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뿐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의 싱크탱크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도 집권당의 공천을 받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됐다.

■정보통신계 3인의 출마는 좋게 말해 통신정책의 발전을 위한 여권의 심모원려(深謀遠慮)라고 하지만 「글쎄올시다」이다. 조직이라는 것은 관성적으로 굴러가게 마련이다. 그러나 정치를 위해 관료사회가 공동화(空洞化)하고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계속성이 상처받는 것은 우리 정치의 또하나의 비극이다. 더구나 디지털 사회건설을 강조하는 이 정부가 아닌가. 한통프리텔 사장 응모 구비서류에 필요한 것은 「임기내 불출마 각서」이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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