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좌파」 개혁 프로그램의 하나인 런던시장 직선제가 당 공천단계에서 뒤뚱거리고 있다.노동당이 20일 프랭크 돕슨(59) 전 보건장관을 5월4일로 예정된 시장선거 후보로 확정하자, 경합을 벌였던 좌파 켄 리빙스턴(54) 의원이 「탈당불사」를외치며 공천절차의 부당성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실시된 2차 공천투표 결과는 돕슨 51.5%, 리빙스턴 48.5%로 돕슨이 박빙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당사자인 리빙스턴은 물론, 당내 많은 의원들도 토니 블레어 총리가 골수 좌파성향의 리빙스턴을 떨어뜨리기 위해 선거인단을 임의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리빙스턴이 압도적 지지를 얻고 있는 런던의 5만여 당원과 노조원들의 표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블레어 총리가 선거인단 변경이라는 편법을 동원, 투표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80년대 런던시의회(GLC) 의장 재임시절 지하철 요금을 인하해 「레드(Red) 켄」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리빙스턴은 지하철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약으로 노조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아왔다. 이때문에 리빙스턴은 투표전 『8%에 달하는 지지표가 날아갔다』 며 『돕슨이 압도적 차이로 이기지 못하면 런던시민을 위해 후보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 이라고 비난했다.
블레어 총리의 「돕슨 밀어주기」는 상식을 벗어날 정도로 노골적인 것이었다는 게 당내 중평이었다. 80년대 노동당의 교조주의적 사회주의를 상기시키며 리빙스턴을 『미친 좌파주의자』라고 몰아붙였는가 하면, 그가 당선될 경우 당이 내분에 휩싸일 것이라는 경고도 서슴지 않았다.
이로인해 런던이 「당내 야당」의 구심점으로 대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블레어가 시장직선제의 역사적 의미를 희생시켰다는 비판도 나왔다.
직선제는 1986년 보수당의 마거릿 대처 당시 총리가 GLC를 해체, 시장 임명제를 실시한 이후 14년만에 노동당 정권에 의해 부활한 총리 공약사항. 특히 블레어에게는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주의 자치정부 출범, 상원의원 세습제 폐지와 함께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였다.
이날 노동당의 돕슨 낙점으로 런던시장 선거는 스티브 노리스(보수당) 전 교통부장관, 수전 크래머(자유민주당)의 3파전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리빙스턴의 무소속 출마 여부에 따라 또 한차례 정치적 파장을 배제할 수 없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