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우면 눈을 감고 서면 눈을 뜨는 인형이 나와 화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 인형의 발전은 어디까지 갈까.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스스로 말도 하는 「인터랙티브 토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문명의 총아인 첨단 과학기술이 어린이 장난감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2개월 전 국내 완구업체 토이트론사에서 나온 펭귄 모양의 포포(POPO). 먼저 배를 꾹 누르면 감았던 눈을 깜박이고 귀와 입을 움직이며 『흐흠, 잘 잤다, 삐르륵』하고 나서 『고기를 잡으러 산으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하며 노래를 부른다. 다시 이마를 툭 치면 『안녕, 난 포포, 넌?』하고 묻는다. 이 밖에도 『스마일』『추워』등 10여가지 말을 하고 3분이상 건드리지 않으면 스스로 눈을 감고 잠이 든다.
포포는 미국에서 500만개 이상이 팔린 퍼비(Purby) 인형과 기능과 행동이 유사하지만 「한국말을 하는 최초의 인터랙티브 토이」라는 의의가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에는 50만개가 팔렸고 지난달에만 20만개가 팔린 인기 품목.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조작해야 했던 봉제, 플라스틱 완구를 갖고 놀던 어린이들이 자극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토이에 반했음을 보여준다.
포포가 인기를 끌자 새로운 인터랙티브 토이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영실업이 수입 판매중인 해피 피카츄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피카츄 캐릭터에 인터랙티브 기능을 추가한 것. 손으로 건드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 손도 움직이며 자극에 따라 16가지 피카츄 말을 한다. 미래인터내셔널에서 개발한 로비젯트는 민감한 센서가 부착돼 있어 크게 소리지르면 『싫어』라고 말하고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 『아이 좋아』하며 눈을 지그시 감는다.
이들 인터랙티브 토이는 아직은 자극에 반응하는 가짓수가 많지않아 아이들이 금방 싫증을 낸다고 경험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새로운 인터랙티브 기능이 속속 개발될 예정이어서 이같은 단점 극복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3월 출시 예정인 미디어랩스의 헬로디노는 TV 수상기에 부착된 연결장치를 통해 TV화면에 나오는 내용을 말로 설명하고 움직이게 돼 있고, 11월 출시 예정인 한국엑시스의 인테피는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서 『가라』『앉아』『멈춰 서』같은 수십가지 명령을 알아듣고 복종하도록 돼 있다.
인터랙티브 토이가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다보니 부모들은 아이가 너무 깊이 빠져 컴퓨터같은 기계를 실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인터랙티브가 갖는 효용성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린이는 실제 생활을 경험하기 전에 인터랙티브 토이와의 교류를 통해 감정을 발달시키고 사교 훈련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광아동상담센터의 신철희 부소장은 『어린이들이 장난감에 푹 빠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하나』며 『인터랙티브 토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다른 놀이를 보여주며 관심을 자연스럽게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유도하라』고 조언했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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