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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사회로부터 '왕따'가 가장 슬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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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답게]"사회로부터 '왕따'가 가장 슬퍼요"

입력
2000.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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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 대한 가장 큰 차별은 우리 사회로부터 그들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신체기능이나 사회적 적응력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장애인을 직장과 학교, 심지어 가정으로부터 솎아내 다른 먼 곳으로 내몰고 있다.선천성 뇌성마비인 K(33·여)씨. 6남매중 다섯째로 태어나 30여년간 가족들에게 모진 설움을 받았다. K씨는 특수학교는커녕 초등학교 교육조차 받지 못한 채 집안에 내버려졌다. 막노동과 파출부 일을 하는 K씨의 부모는 『너 때문에 집안에 재수가 없다』고 욕설을 퍼부었고 형제들도 대화조차 피하며 그녀를 잊고 지냈다.

화가가 꿈인 정신지체장애인 L(15)양은 올해 경북 P예술고에 진학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최근 장애인 입학을 거부해 물의를 빚은 서울교대 등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 대부분은 L양처럼 입학서류조차 접수하지 못한다.

우리 정부는 장애인에 대한 본격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없다. 총인구수의 10~20%가 장애인이라는 유엔의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장애인수는 400만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말 현재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수는 75만3,451명에 불과하다. 우리 주위에선 그만큼도 장애인이 눈에 띄지 않는 데 이는 장애인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숨기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위한다는 특수시설들도 「우리」 곁에 있지 않고 대부분 먼 산속에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에관한 법률 등 제도의 지원의 받아 겨우 「세상」속에 비집고 들어와도 얼마 버티지 못한다.

96년 인테리어업체에 취업한 J(28·여·소아마비)씨는 매일 무리한 야근과 장애인 시설부재로 고통받으면서도 불평 한마디 할 수 없다. 고용주는 장애인 편의시설 정부보조금 1,000만원만 챙기고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호통을 친다. J씨는 『정부는 확인 한번 안했다』며 『보조금 몇푼으로만 장애인대책 운운하지 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장애인 고용촉진공단이 제출한 국회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96년부터 공단이 기업에 취업시킨 9,646명 가운데 2년반 뒤인 98년 6월만 현재 37%인 3,665명만이 근무하고 나머지는 퇴직했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대형 유통업체에서 장애인여성 18명 채용계획을 발표했지만 기준이 전문대졸업 이상이어서 1명도 추천하지 못했다』며 『장애인여성의 80~90%가 중·고졸인 상황에서 이러한 취업기준은 사실상 장애인을 뽑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청각장애인 K(28)군은 『4년간 사제(師弟)나 친구지간의 정을 느끼지 못하고 항상 주변인으로 맴돌았다』며 『따돌림을 받을 때마다 스스로가 저주스럽다』고 말했다. 맹인 안내견에 의지하고 있는 K(23)씨는 『식당과 극장, 백화점 등 가는 곳마다 쫓겨나기 일쑤』라며 『동년배들 틈에서 그들과 똑같이 살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게 장애인을 돕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배성규기자vega@hk.co.kr

■ 장애인 대책 - '자선'보다 '사회참여'에 초점을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일반 인식의 전환이다. 정부에 장애인 전담부서가 설치된 지 10년이 넘고,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이 「장애인 먼저」를 외치고 있지만 우리나라 장애인 인권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다.

서울대법대 3학년때 소아마비에 걸려 두다리를 못쓰는 1급 장애인 송영욱(宋永旭·63)변호사는 『서양은 인권사상의 발전으로 장애인 인권이 존중받는 반면 우리나라는 강자의 힘의 논리가 지배, 약자에 대한 배려가 대부분 동정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풍조도 문제. 장애인 시설이 주변에 들어서려고 하면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친다. 집값이나 땅값하락이 주된 이유다.

송변호사는 『장애는 개인의 잘못이기 보다는 질병 사고 전쟁 등 어쩔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장애인도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예비장애인」이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97년 9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장애인복지대회장을 맡기도 했던 송변호사는 ▲장애인 이용시설의 확충 ▲장애인들의 사회참여 및 평등의식 제고 등이 선행조건이라고 말했다. 즉 피동적 개념인 「수용」 대신 「이용」 시설을 늘려야하고, 장애인 스스로 사회발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워주는 일이 정부와 일반인들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김진각기자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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